삼성그룹의 컨트럴타워 '경영진단실'이 '미전실'과 다른 점은?

삼성글로벌리서치 주도 컨설팅 강화 朴 탄핵 휩쓸린 미전실과 성격 달라 계열사 역할 조율하는 이병철 모델 김완표 등 과거 핵심 멤버 역할론도

2025-01-15     김성하 기자
삼성그룹이 전 계열사의 '감사팀'을 '경영진단팀'으로 개편하며 그룹 컨트롤타워 재편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그룹이 전 계열사의 '감사팀'을 '경영진단팀'으로 개편하며 컨트럴타워 재편에 나섰다. 그룹 싱크탱크인 삼성글로벌리서치 내부에 경영진단실을 설치한 데 이어 이뤄진 조치를 두고 미래전략실(미전실)의 부활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불명예스럽게 해체된 미전실과는 차이가 있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15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경영진단실 조직 재편과 관련해 글로벌리서치는 감사 업무를 하지 않은 컨설팅 기관이기 때문에 미전실에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명칭을 경영진단팀으로 변경한 것은 조직 문화 개선 일환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삼성글로벌리서치 내부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한 몇 달 뒤에 이뤄진 명칭 개편이다 보니 단순 컨설팅을 넘어선 경영 평가에까지 이르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미전실이 해체된 이후로 삼성글로벌리서치는 그룹 싱크탱크이자 컨트럴타워로 평가받는 조직이다. 관계사의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즉 각 계열사 경영을 조사·평가한다는 측면에서 글로벌리서치 내 경영지원실은 계열사의 경영진단팀의 상위 조직으로 읽힐 수도 있다.

미전실의 기원은 이병철 삼성 창업자가 1959년 설립한 '비서실'이다. 초기에는 소규모 조직이었으나 8대 비서실장을 맡은 소병해 실장 시절을 거치며 점차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재임 동안 조직 규모가 커지며 미래전략실로 개편됐다. 

미전실은 다양한 업종의 계열사를 하나의 기업처럼 조율하는 핵심 조직으로 평가받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휩쓸리면서 2017년 2월 전격 해체됐다. 이후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가 유사한 역할을 담당해 왔으나 독립적이고 일관된 경영진단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병철 창업 회장의 경영 정신을 이어받은 컨트럴타워 부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앞서 사업지원TF는 임시 조직의 성격을 띠면서 전략적 투자보다는 조직 안정성에 중점을 둔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삼성의 미래 위기를 보다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직 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도 나왔다.

경영진단실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아닌 삼성글로벌리서치 소속이라는 점은 이병철 시대 미전실 부활론에 힘을 실어준다. 경영진단실의 역할이 단순히 계열사 컨설팅에 그치지 않고 컨트럴타워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삼성글로벌리서치는 기술 트렌드 분석과 신사업 개발 등 그룹 전반의 연구 기능을 담당해 왔으나 이번 조직 개편으로 실질적인 경영 개선 방안 도출까지 역할이 확대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023년 11월 3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접견실에서 김완표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 개발 관련 사항을 논의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시청

초대 실장의 인선만으로도 경영진단실이 삼성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삼성SDI 사장에서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 실장으로 이동한 최윤호 사장은 2010년부터 2017년 미전실 해체 직전까지 미전실에서 근무했으며 사업지원TF, 삼성전자 CFO, 주요 계열사 CEO 등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최 실장의 임명은 삼성그룹이 과거 미전실의 주요 기능을 복원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경영진단실의 주요 기능이 사업지원TF와 일부 겹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사업지원TF의 업무가 경영진단실로 흡수·통합될 가능성에 삼성 측은 "사업지원TF는 거시적 관점에서 계열사의 전략을 수립하고 경영진단실은 미시적 차원에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진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과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이 경영진단실 업무를 이어 나갈지 여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업지원TF와 신설된 경영진단실이 그룹 컨트럴타워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게 재계의 중론이다.

최지성 전 미전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송사를 치르는 가운데 미전실 넘버 3으로 불리던 김완표 사장의 역할론도 떠오르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사건 이후 삼성글로벌리서치로 이동해 상생 연구 담당을 맡아온 미전실 핵심 멤버란 이유에서다. 다만 김 사장의 전문 분야가 대관(對官)이란 점을 고려하면 경영진단실에 직접적으로 합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삼성전자

한편 삼성 위기를 돌파할 또 다른 카드로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가 꼽힌다. 등기임원은 법인 등기부 등본에 등재돼 이사회 활동을 하는 임원을 말한다. 이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 임원이다. 

총수의 등기임원 복귀는 이 회장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경영 위기 극복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 등기임원 복귀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 회장의 리더십으로 오너가 나서 진두지휘하며 명확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