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주 칼럼] 기술이 이끄는 혁신의 현장, CES 2025에 다녀오다

[허영주의 크리에이터세상] 일반인 시각에서 경험한 CES

2025-01-16     허영주 크리에이터
CES 2025 'K-INNOVATION NIGTH' 에서(윗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허영주 크리에이터 /허영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 처음으로 이곳에 참가한 필자는 CES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기대를 안고 있었다. 기술이 선사할 혁신적인 미래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 새로운 사람들과의 네트워킹 기회, 그리고 넥스트 빅띵(NEXT BIG THING)을 발견할 거라는 설렘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참가해 보니 어땠을까? 오늘의 칼럼에서는 CES를 일반인의 시각에서 경험하며 느낀 기대와 실망을 솔직히 공유해보고자 한다.

기대 이상의 규모와 열기

CES 2025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규모’였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다양한 콘퍼런스를 가봤지만 CES처럼 거대한 행사는 처음이었다. 전 세계 160개국에서 4500여 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약 14만명의 참관객이 몰렸다. 특히 한국 기업은 1031개가 참가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우며 한국 기술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어마어마한 규모는 한편으로는 관람의 허들로 다가왔다. 하루에 30개 이상의 부스를 둘러보기조차 어려웠으며 방대한 전시 공간 속에서 관심 있는 기업들을 모두 탐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내년에 다시 CES를 방문한다면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관심 있는 기업의 목록을 미리 작성해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시간 낭비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을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전문성과 열정이 돋보인 참관객

CES에서 또 하나 놀라웠던 점은 ‘참관객의 수준’이었다. 단순한 일반 관람객이 아니라 IT, 전자기기, 헬스케어, 자율주행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참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 나갔다.

필자는 K-스타트업 통합관의 MC로 3일간 스타트업 행사를 진행했는데, 전문 투자자와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이 스타트업들의 발표를 듣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허영주

필자는 K-스타트업 통합관의 MC로 3일간 스타트업 행사를 진행했는데, 전문 투자자와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이 스타트업들의 발표를 듣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네트워킹 이벤트에서는 업계 리더들의 얼굴을 한자리에서 마주하며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한곳에 모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 편의 영화 같았던 젠슨 황의 기조연설

CES 2025에서 가장 기대 이상이었던 순간은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기조연설이었다. 그의 연설은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마치 아이돌의 무대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연설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리를 메웠고,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숨죽이며 집중했다.

특히 연설 직후, 그 메시지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이벤트까지 열렸다는 점이 놀라웠다. 필자는 실리콘벨리 테크 전문 미디어 ‘더밀크’가 준비한 프리뷰쇼에 참가해 젠슨 황의 연설을 함께 시청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젠슨 황이 제시한 비전과 기술의 가능성을 논의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을 보며, CES가 단순한 전시회를 넘어 전 세계 혁신의 중심이 되는 플랫폼임을 체감했다.

실망스러웠던 점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첫 번째는 ‘와이파이 문제’였다. 필자가 일했던 베네시안 엑스포에는 기본적인 와이파이 서비스조차 제공되지 않아, 많은 한국 기업이 따로 포켓 와이파이를 준비해야만 했다. 막대한 참가 비용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은 큰 실망으로 다가왔다.

두 번째는 일부 참가 기업들의 수준이었다. CES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단순히 마케팅 목적으로 참가한 듯한 기업들이 눈에 띄었다.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부스를 보며 CES의 명성이 희석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들이 한 곳에 몰려있던 점도 아쉬웠다. 유레카(Eureka) 관에서 한국 기업들이 차지한 비중은 절반 가까이 되었고, 이로 인해 마치 코엑스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술을 중심으로 국가 구분 없이 카테고리별로 분류했더라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기술과 혁신의 가능성을 경험한 자리

CES 2025는 필자에게 많은 깨달음과 영감을 안겨준 자리였다. 특히 크리에이터로서 현장을 담아낸 콘텐츠가 네이버 메인에 올라 3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한국 사람들이 CES와 같은 글로벌 기술 행사에 얼마나 큰 관심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CES는 단순한 기술 전시회를 넘어 미래를 고민하고 혁신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장이다. 필자는 내년에 더 나은 준비와 새로운 시각으로 CES를 다시 찾을 계획이다. 기술이 우리의 일상과 미래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그 가능성을 발견하는 여정을 앞으로도 계속해 나가고 싶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연기예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걸그룹 ‘더씨야’, ‘리얼걸프로젝트’와 배우 활동을 거쳐 현재는 팬덤 640만명을 보유한 글로벌 틱톡커 듀자매로 활동하고 있다. <2022콘텐츠가 전부다> 책을 썼고 현재 동서울대학교 엔터테인먼트 경영과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다재다능한 ‘슈퍼 멀티 포텐셜라이트’로서 여러 채널에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설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평생 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되어 열정적으로 살아보기’를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