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얼어붙자 철근·시멘트 위기···신동아발 연쇄부도 우려

현대제철 일부 공장 가동 중단 출하량 감소 시멘트업도 위기 준공 후 미분양에 업계 벼랑끝

2025-01-14     이상헌 기자
올해 대형사 위주로 건설경기가 살아나더라도 고환율과 원자잿값 상승에 시달리는 중소형 건설사의 부도 위험은 여전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서울시의 한 건설 현장 /연합뉴스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철강사와 시멘트사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 평가에서 58위를 차지한 중견 건설사 신동아건설이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5년여 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전체적인 업계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1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철근 내수 판매량은 697만t으로, 1년 전 같은 기간(840만t) 대비 17% 감소했다. 12월 판매량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계절적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60만t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판매량은 연간 생산능력(1300만t)의 약 58%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근 수요 감소로 가격은 2021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t당 철근 유통가격은 2021년 110만원에서 2022년 106만원→2023년 83만원→2024년 66만원으로 하락했다. 이 결과 생산기업의 관련 매출도 꺾였다. 지난해 3분기 현대제철의 봉형강(철근) 매출은 56억9200만원으로 전년 동기(69억7200만원)보다 18.4% 줄었다. 2022년 3분기(79억3400만원)와 비교하면 28.3% 감소했다.

국내 철근 생산 1·2위 기업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줄어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감산에 돌입했다. 현대제철은 오는 13일부터 27일까지 인천2철근 공장, 22일부터 31일까지 포항철근 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이번 가동 중단으로 약 7만t을 감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에도 인천공장과 당진제철소 정기 보수를 통해 판매량을 조절했다.

철근 2위 업체인 동국제강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밤에만 생산하는 야간조업을 실시했다. 낮시간 높은 전기료를 줄이기 위해서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일정 금액 밑으로는 판매하지 않는 '최저 마감제'를 시행키로 했다. 유통 물량 가격을 t당 70만원을 하한선으로 설정하고 다음 달부터 매달 5만원씩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시멘트 생산량과 출하량 모두 감소세로 일부 생산설비에 대한 가동 중단까지 검토 중이다. 한국시멘트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해 시멘트 생산량(추정)은 4193만t으로 전년(5112만t) 대비 18.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출하량은 5096만t에서 4419만t으로 13.3%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건설 공사가 시작된 면적은 작년보다 약 12.3% 증가했지만, 건설 경기가 활황이었던 2020~2021년에 비하면 여전히 약 3분의 2 수준에 머물렀다. 제품의 평균 판매 가격은 올랐지만 출하량(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생산 비용 중 고정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신동현 애널리스트는 "올해부터는 건설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돼 착공 면적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대형사 위주로 건설경기가 살아나더라도 고환율과 원자잿값 상승에 시달리는 중소형 건설사의 부도 위험은 여전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정현 IBK투자증권은 "준공 후 미분양은 1년 전 1만875호에서 지난해 11월 1만8644호로 2배가량 증가했다"며 "부채비율이 400%를 초과하고, 매출액 대비 5% 이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기록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