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근의 빈자리, 천하람의 돌진···개혁신당 '사무총장 쟁탈전' 내막

12·19 주재권 없이 최고위 강행하더니 쿠데타성 긴급최고위 이날 오전 개최 "주요 당직자 임명 '의결 아닌 협의 방식"

2025-01-10     이상헌 기자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와 천하람 원내대표가 지난해 5월 31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전현직 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철근 전 사무총장 사퇴 이후 천하람 원내대표가 무리하게 직무대행 임명을 시도하며 당내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허은아 당대표와의 협의 없이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이경선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을 강행한 것은 절차를 무시한 쿠데타적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0일 개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주요 당직자 임면은 지도부 협의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김철근 전 사무총장이 징계를 받고 사퇴한 뒤 천 원내대표가 무리하게 조직을 장악하려는 과정에서 허은아 당대표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다 이날 오전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폭발했다.

천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 전인 이날 새벽 1시 무렵 "현행 당헌에 의하면 정책위의장의 임명과 면직(임면)은 모두 최고위 의결 사안"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하지만 허 대표 측은 천 원내대표가 주장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다뤄진 12월 19일 최고위원회의는 원천 무효라는 입장을 밝혔다.

개혁신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당헌당규 개정 관련 공지. 천 원내대표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이지만 개혁신당 현행 당헌당규상 원칙은 주요 당직자 임명은 '협의가 아닌 의결 방식'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자 

먼저 개혁신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회 규정 및 당규 제3조를 보면 최고위원회의를 비롯한 당의 주요 회의 소집 및 주재 권한은 당대표에게 있다. 허 대표 측이 지적하는 문제는 안건 없이 모인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천 원내대표가 갑자기 사무총장·연구원장·정책위의장 임면을 의결에 붙이도록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내밀었다는 점이다.

여성경제신문이 입수한 당시 12월 19일 최고위원원회의 회의록을 보면 천 의원은 허 대표가 옆자리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대표님 안오시면 제가(원내대표) 대행할 수 있다"며 의결을 강행했다. 허 대표는 당시 최고위원회의 자체가 원천 무효라고 강변해왔지만, 이날 긴급최고위원회를 열기에 앞서 전일 새벽 당헌·당규 문건을 포스팅하며 '협의가 아닌 의결 방식'으로 주요 당직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일방적 주장을 펼쳤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의 10일 새벽 포스팅. /페이스북 캡쳐

포스팅에서 그는 12월 19일 거수(擧手) 방식으로 당헌·당규를 개정 시도한 최고위원회의 당시 허 대표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을 두고 "직접 표결까지 하신 분"이라고 지칭했지만, 허 대표는 이날 본지에 "반대 거수를 한 것은 표결에 대한 것이 아닌 회의 전체에 대한 항의 표시로 반대한다는 말을 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개혁신당에선 이날도 8시 35분과 9시 30분에 각각 따로 열리는 쿠데타적 상황이 연출됐다. 천하람 원내대표가 주재한 긴급최고위원회의는 8시 31분 단톡방을 통해 긴급 소집돼 4분 뒤인 8시 35분에 열렸다. 하지만 '협의가 아닌 의결 방식'의 당직자 임명은 당헌·당규상 무효이며 천 원내대표에겐 최고위원회 소집권은 물론 주재권도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석 의원도 이날 9시 30분에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협의로 진행된 이주영 정책위의장 교체 인선의 효력을 인정하면서도 뒤집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개혁신당 한 관계자는 본지에 "최고위원회의 소집을 위해선 당대표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와, 재적 1/3 이상 요구시 당 대표가 회의를 소집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천 의원은 긴급최고회의를 개최하기 위해선 회의 전날 위원 모두에게 통보해야 했지만 허은아 대표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개혁신당은 이날 정성영 현 3선 동대문구의원을 정책위의장, 류성호 동해·태백·삼척·정선 당협위원장을 전략기획부총장, 이상옥 경기도 분당을 당협의원장을 전략 특별보좌역으로 임명하는 당직 인선을 발표했다. 김소연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3% 짜리 바른미래당에서 분탕치던 버릇을 이젠 개혁신당에서 똑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