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하이브리드가 대세···BMW·포르셰도 '시동' 걸었다
하이브리드차, 친환경 차 시장 88% 점유 KG모빌리티·중국 BYD 협력해 반격 준비 현대차 하이브리드 모델 7종→14종 확대 슈퍼 카 브랜드, 하이브리드 출시 본격화
지난해 국내 친환경 차 판매량이 45만 대를 넘어서며 하이브리드차(HEV)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올해도 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고성능·고급 브랜드들이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예고해 전기차(EV)에 이어 새로운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기아, 한국GM,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친환경 차 내수 판매량은 45만194대로 집계됐다. 이 중 하이브리드차는 35만6058대로 전체 판매량의 약 88%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차 수요 증가에 대해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내 소비자들은 전기차에 대한 불신, 충전 인프라 부족, 내연기관차 규제 우려 속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실용적인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는 안정된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춰 정부 보조금 감소에도 자생력을 확보한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하이브리드차 수요 증가에 발맞춰 국내 자동차 업계도 전략 강화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 투자 금액을 24조3000억원으로 책정해 전년 대비 19% 늘렸다. 그룹은 성능과 연비를 개선한 하이브리드 모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을 통해 전기차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기존 7종에서 14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G모빌리티는 내수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 BYD와 협력해 하이브리드 신차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KG모빌리티의 내수 판매는 4만7046대로 전년 대비 25.7% 감소했으며 하이브리드 모델 부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2023년 11월 BYD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3월 중형 SUV '토레스 하이브리드' 출시를 준비 중이다.
토요타, 렉서스, 혼다 등 이른바 '일본 3사'도 하이브리드 열풍에 힘입어 국내 시장에서 성과를 거뒀다. 렉서스와 토요타는 전년 대비 각각 3%, 14.3% 증가했으며 혼다는 2507대로 판매량은 적지만 81%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일본 3사는 현대차그룹과 유사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형성하며 하이브리드 열풍에 효과적으로 올라탔다.
고성능·고급 브랜드들도 친환경 차 전환에 나섰다. BMW코리아는 고성능 스포츠 세단인 'BMW 뉴 M5'을 국내에 공식 출시한다. 1984년 M5 첫 출시 이후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 모델로 복합 연비는 리터당 12.0㎞/ℓ로 개선되었으며 전기 모터만으로 최대 61㎞ 주행이 가능하다. 가격은 1억6690만원이다.
8~16기통의 고배기량 내연기관 엔진을 고수해 온 브랜드들도 친환경 차 전환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포르셰는 지난해 3세대 파나메라의 5개 트림 중 3종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출시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신형 '911 카레라 GTS'을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포르셰는 HEV 모델에서도 엔진 경량화와 성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T-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전기모터가 공기를 주입해 출력을 높이는 방식을 적용했다.
슈퍼 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올해 우라칸의 후속 모델인 '테메라리오(Temerario)'를 국내에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테메라리오는 세 번째 하이브리드 모델이며 정확한 출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벤틀리는 2035년까지 완전 전동화를 선언하고 올해 '더 뉴 컨티넨탈 GT'를 출시한다. 해당 모델은 브랜드 최초로 PHEV 시스템을 적용해 순수 전기로 최대 80㎞를 주행할 수 있다.
송선재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2025년 상반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전기차 캐즘시대 하이브리드차가 방어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