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량발호'였던 한국 정치···이언주 의원이 바라본 2024년 국회

"탄핵은 내란 사실만 바탕으로 결정" "여성 삶의 질 향상 분위기 만들고파" "과거 한국 어려움 극복해, 용기 내자"

2025-01-10     김민 기자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6일 사무실에서 지난 2024년 정치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024년 정치를 '도량발호'라고 평했다. /장세곤 기자

2024년이 지나가고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지만 정국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24년 한국 정치는 혼란 그 자체였다. 여야 간의 정쟁이 점점 심해졌으며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탄핵 정국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계엄 선포는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으며 정치권의 분쟁은 더욱 격해졌다. 많은 시민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며 시위에 나섰고 이때 젊은 여성들이 들고 온 '응원봉'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에 맞서 탄핵 반대 집회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2024년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것이고 누군가는 그래도 희망을 봤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2024년 한국 정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중에서도 여성 정치인들은 지난해에 어떤 활약을 했을까? 이번 국회는 여성 정치인이 활동하기에 편한 국회였을까? 

여성경제신문은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지난 6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4년 한국 정치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교수 신문에서 봤던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도량발호‘. 무도한 자가 함부로 날뛰면서 제멋대로 권세를 부린다는 뜻이다. 지난 2024년에 딱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무도한 자가 함부로 날뛰며 제멋대로 권세를 부려 지난 12월 3일 큰일이 났었다. 12·3 내란 사태가 신속하게 수습됐으면 좋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보는지?

"명백히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애초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기소한 공소장의 공소사실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장관과 내란죄를 공모했다고 기재돼 있다. 검찰도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내란은 '헌정 문란 행위'이다. 이는 집단적인 무력을 통해 헌정 질서를 문란케 하는 행위란 뜻이다. 지난 12월 3일 있었던 비상계엄은 실질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에 모두 위배된 행위였다. 국회가 계엄을 해제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군을 투입해 무력을 통해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고자 했다.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국회에 들어가는 걸 모든 국민이 봤다. 헌정 문란 행위란 바로 이런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군을 선관위에 투입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보면 내란죄 구성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명백히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장세곤 기자

—내란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여당의 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계엄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권한 중에 하나지만 원할 때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사태라는 실질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국무회의도 거쳐야 한다. 지금은 전시 사변 또는 그에 준한 사태가 아니라 실질적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 국무회의를 하지 않아 절차적 요건도 지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계엄은 명백히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추가로 여당은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철회하는 것을 두고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내란죄 성립은 탄핵 재판의 완결적 요소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방화를 저질러 막대한 피해를 줬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람은 방화죄로 형사 재판을 받는 건 물론 회사 내부에서는 징계위원회에 부쳐져 해고 여부 등을 심사받을 것이다. 이때 징계위원회는 방화죄의 성립과 상관없이 해당 직원이 회사에 끼친 피해만을 산정해 처벌을 결정한다. 

이런 방식은 윤 대통령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내란죄 성립 여부는 형사 재판에서 판단할 것이고 탄핵은 이와 상관없이 내란 사실만을 바탕으로 결정하면 된다. 그렇기에 탄핵소추안에는 내란 사실만 들어가도 된다."

—계엄 선포 및 내란 논란이 경제에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12·3 내란 이후 연말까지 주식시장은 코스피 4.0%, 코스닥은 1.8% 하락해 시총 약 100조원이 감소했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발표 전 1425원에서 연말 1471.2원까지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환율이 인플레, 기업 원가 부담 가중, 소비위축 및 내수 침체, 외국인 자금 유출과 금융시장 불안정 초래,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걸 생각하면 심각하다.

12·3 내란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2025년도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9%였으나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12.3 내란 사태 반영해 한국 경제성장률 일제히 낮춰 전망했다. 여기에 국제적인 신뢰도 추락, 사회 활력 저하 등 장기적,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따지면 12.3 내란으로 인한 경제 피해는 계산이 힘들 정도로 막대하다. 이런 경제 상황을 무시하고 나라 경제를 망치면서 버티는 윤 대통령과 그런 대통령을 두둔하는 세력은 반국민, 반국가, 반시장, 반경제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2024년 여당과 야당의 정치적 행보를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스스로가 점수를 매길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야당의 경우 목숨 걸고 담을 넘고 들어와 계엄을 해제했고 국민분들도 이 부분은 굉장히 높게 평가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전에 부족한 게 많았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만회가 됐다고 본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당수의 의원이 국민의 기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고 우리나라 역사가 퇴보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달려오지 않았다. 이는 비판 받아야 한다."

이 의원은 2024년이 특별히 여성 정치인들한테 더 불리하거나 유리한 해는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장세곤 기자

—여성 정치인에게 2024년 한국 국회는 활약하기 편한 곳이었는가? 이전보다 여성 정치인의 활동이 더욱 편해졌다고 보는가?

"2024년이 특별히 여성 정치인들한테 더 불리하거나 유리한 해는 아니었다. 다만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이었고 그 사람은 굉장히 마초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있었다.

이를 제외하고 여성들이 정치하기에 어땠냐고 한다면 형식적인 차별은 많이 해소됐다고 생각한다. 사실 여성을 선호하는 유권자들도 있다. 특히 수도권 같은 경우에는 학부모들이 여성 정치인들은 더 선호하기 때문에 무조건 여성이 더 불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지방으로 가면 확실히 폐습들이 남아 있어서 여성이 지방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되기는 굉장히 어렵다.

그리고 여전히 여성 정치인이 핵심 지도자가 되는 경우는 흔지 찮은 상황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특정 영역에 진입하고 경쟁하는 단계에서는 남녀 차별이 많이 사라진 상태다. 그러나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정서적·문화적으로 보이지 않는 선입견들이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사실 국회는 밤낮이랄 게 없는 곳이다. 따라서 의원으로 일하면서 육아를 병행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가사 분담의 경우 많이 보편화됐지만 육아는 여전히 여성이 많이 맡고 있고 나도 엄마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국회의 업무 패턴이 여성에게 조금 불리한 감은 있다. 지금은 정국이 급박해 할 수는 없지만 평화가 찾아온다면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2030 여성들의 시위 등도 눈에 띄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민주당의 경우 이제까지 4050 또는 5060의 지지가 강한 편이었다. 그래서 2030 내지는 1020 세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거 아니냐는 실망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젊은 층도 정치에 관심이 많으며 비판 의식도 높다는 걸 알게 됐다. 굉장히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독려도 많이 됐다.

또한 시위 현장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졌지만 인터넷에서 풍자적인 사진을 올리거나 밈을 만드는 건 남성들이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2030 세대의 여성과 남성이 움직이는 양상이 서로 다른 것이다. 우리는 젊은 층이 각자의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걸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내란 사태가 발발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작년에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면서 경제가 굉장히 안 좋았고 민생이 어려웠는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생기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더 가중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통상 갈등도 예견된 상황이다. 국민이 걱정할 수밖에 없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우리나라가 계엄을 선포하는 그런 국가밖에 안 됐냐' 하며 좌절하고 계신 분들이 많았다. 사는 게 너무 힘드니 용기도 많이 잃으신 것 같았다.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어려움을 빨리 수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한국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어서 달려왔다. 어렵더라도 용기를 내고 같이 잘 극복하자고 말하고 싶다."

이언주 의원은 3선으로 지역구는 경기도 용인시 정이다. 현재 민주당의 최고위원이며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위원장이자 경제상황점검단 단장이기도 하다. 정치권 입문 전에는 변호사였으며 에쓰오일 상무, 르노삼성자동차의 총괄 자문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