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약자 위한 공간 서울서 사라져···오세훈 성평등 정책 퇴행 논란

가족 구성원 '어머니' 중심으로 재편 野 "약자와의 동행 정치적 구호 전락"

2025-01-09     김민 기자
여성역사공유공간 서울여담재가 2023년 10월 31일 폐관된 이후 1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김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성평등 관련 사업이 퇴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여성 관련 정책이 출산과 양육만을 고려한 저출생 대책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오 시장이 보궐선거로 취임한 2022년 이후 현재까지 서울시 여성 관련 정책에 각종 잡음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녀 차별이나 직장 내 성희롱으로 피해받는 '여성 약자'들이 갈 곳이 없어지고 결혼해 가정을 꾸린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어머니' 역할만 부각되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과거 여성가족정책실을 중심으로 성평등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며 최초의 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이는 한동안 타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그러나 2021년 재보궐 선거 이후 만 3년여간 조직 구조 변경, 업무 축소, 시설과 기관 폐쇄, 예산 삭감 등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여파로 여성역사공유공간 서울여담재,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 성평등활동지원센터, 국내 유일 여성 공예 창업시설 서울여성공예센터 등이 서울시의 일방적 통보로 인해 갑작스럽게 사업이 종료되거나 폐관됐다.

폐관한 시설 중에는 1년 넘게 방치된 시설도 있었다. 서울여담재는 종로구 창신동 옛 원각사 부지에 들어섰던 여성 역사 문화공간으로 서울여성의 역사를 연구·기록하고 전시·교육을 통해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 2020년 11월 설립됐다.

수탁기관인 사단법인 여성문화예술기획은 △'양성평등주간 기념 특별전: 역사가 된 여자들' △'우리 안의 여신을 찾아서' △'33인 여성독립운동가에 바치다' 등 여성사 관련 기획전시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2023년 4월 여담재에 대해 '민간 위탁 종합성과 평가'(종합 평가)를 시행한 결과 점수가 56.2점으로 재계약 배제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재위탁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같은 해 10월 31일 개관 3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서울시는 이 자리에 일정 기간 정비를 거쳐 2024년 하반기 중 '도서관을 포함한 시민 이용 시설'로 운영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전히 새로운 시설로 바뀌지 않고 방치돼 있었다.

성평등활동지원센터의 경우 2024년 6월 6년간의 활동 끝에 활동을 중단했다. 현재 기관이 있던 자리에는 '성평등활동지원센터'라는 이름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모든 시설이 철거됐다. /김민 기자

성평등활동지원센터의 경우 2024년 6월 6년간의 활동 끝에 활동을 중단했다. 현재 기관이 있던 자리에는 '성평등활동지원센터'라는 이름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모든 시설이 철거된 상태였다. 다만 성평등활동지원센터와 같이 있던 서울특별시 서북권직장맘지원센터의 경우 여전히 운영 중이었다. 

국내 유일 여성 공예인 창업 보육시설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의 사업 예산 전액 삭감도 큰 논란이 됐었다. 해당 기관은 지난 7년간 공예 창업기업 378곳을 키워냈지만 2023년 12월 15일 서울시는 더아리움에 센터의 문을 닫으라는 공지를 냈다. 입주기업들은 서울시의 결정에 반발했었다.

이런 여성정책의 변화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더아리움의 사례를 언급하며 "낙후된 지역에 랜드마크를 건설하기 위해 센터 철거 결정을 내렸다. 눈에 띄는 시설을 만들기 위해 소소하지만 꾸준하게 성과를 내던 사업을 한 방에 없앤 건 폭거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말을 그냥 구호로 쓸 게 아니라면 이렇게 열심히 자기 분야에서 성과를 쌓아 올린 분들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독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22년 7월 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39대 서울특별시장 취임식'을 통해 공식 취임했다. 온라인 취임식을 통해 오 시장은 "동행·매력 특별시 서울을 실현하겠다"라며 "약자와의 동행은 정치적 구호가 아닌 제가 서울시장으로서 존재하는 이유이자 제 평생의 과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