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 사망사고 이력 주수호, 전공의 등에 업은 김택우에 '참패'
젊은 의사들의 선택, 김택우의 압도적 승리 주수호의 음주 운전 전력, 표 확장의 한계 윤리와 소통, 의료계 리더십의 새 기준
대한의사협회 제43대 회장 선거에서 김택우 회장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차기 회장에 당선됐다. 김 회장은 결선 투표에서 전체 투표자의 60% 이상의 표를 얻었다. 김 회장은 의료계의 당면 과제인 의대 정원 확대 논란과 필수 의료 대책을 풀어갈 중책을 맡게 됐다. 이번 선거는 후보 간 극명한 장단점과 전공의 및 젊은 의사의 지지가 당락을 결정지은 사례로 평가된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택우 회장은 전공의와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는 강원도의사회장과 의협 비대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강하게 맞섰고, 이를 통해 전공의 및 의대생들과 긴밀한 신뢰 관계를 쌓았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김 후보는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젊은 의사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해 왔다. 의료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전공의와 의대생의 희생이 큰 상황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후보가 김택우 당선인이었다"고 했다.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가 김 후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 후보는 임현택 전 회장 탄핵 이후 혼란스러운 의료계 상황에서 젊은 의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회장의 승리에는 그의 러닝메이트 역할을 한 박명하 전 서울시의사회장의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박 전 회장은 서울 지역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지지층을 김 후보에게 전달하며 결선 투표에서의 표 차이를 크게 벌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시도의사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김택우 회장과 박 전 회장의 연대가 당선에 큰 힘이 됐다"면서 "박 전 회장의 지지층을 김 회장이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박명하 전 회장은 서울시의사회장과 의협 비대위원장 등을 역임한 의료계 인사다. 회원 수가 가장 많은 서울 지역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 특히 김택우 후보와는 의료 대란 사태 초기에 나란히 면허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인연이 있다.
반면 주수호 후보는 고정 지지층을 바탕으로 선거에 도전했지만, 2016년 음주 운전 사망사고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사고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그의 전력은 의협회장이라는 직책에 요구되는 도덕성과 책임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를 하는 등 수습이 있었지만 내부에선 아직도 음주 운전 이력을 문제 삼는 회원들이 많았다"면서 "이들은 주 후보를 뽑기 꺼려한다"고 했다.
주 후보는 이와 관련 지난해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사고 직후 영안실에 찾아가 유가족을 뵙고 용서를 구했다"며 "이후 운전을 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주 후보는 결선 투표 결과에서 30% 중후반대의 득표율에 머물며 고정 지지층 외의 표를 흡수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김택우 회장은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비롯해 필수 의료 강화 등 의료계의 주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책임을 떠안았다. 그는 당선 직후 "젊은 의사들과 함께 새로운 의료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의료계의 단합과 협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