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 '제니' 떴다···치매 돌봄 영역 '게임 체인저' 될까

미국 AI 로봇 강아지 '제니' 공개 성장형 AI·정서적 교감 기술 결합 치매 환자 겨냥···정서적 불안 완화 국내 공공 돌봄서 시장성은 '글쎄'

2025-01-09     김정수 기자
미국 기업 톰봇(Tombot)이 개발한 골든 리트리버와 닮은 AI 반려 로봇 '제니(Jennie)' /Tombot

CES 2025에 AI 반려 로봇 '제니'가 떴다. 비싸지 않은 합리적인 가격에 노인을 돌볼 수 있는 반려 로봇으로 이목을 끌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지만 요양병원 등 노인 복지 시설엔 한화 14만원 수준에 렌탈 서비스도 제공한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7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미국 기업 톰봇의 '제니(Jennie)'가 혁신상을 받았다. 제니는 성장형 AI 기술을 통해 치매 환자를 위한 정서적 교감을 제공하며 반려동물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으로 설계됐다. 노인 및 치매 돌봄 영역에서 수요가 높은 국내 반려 로봇 시장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CES 2025의 공식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주요 혁신상 수상작을 한데 모아 미리 공개하는 언베일드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미국 스타트업 톰봇은 실제 강아지와 같은 모습의 반려동물 로봇 '제니'를 선보였다. 제니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기존 로봇과 달리 실제 강아지와 유사한 모습을 띤다. 12개월 된 실제 강아지와 같은 소리를 내고 음성 인식이 가능하며 상호 교감이 가능한 센서를 탑재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미국 톰봇의 '제니(Jennie)'가 혁신상을 받았다. /Tombot 유튜브

톰봇에 따르면 제니는 단순히 애완견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다. 반려동물을 원하지만 건강 문제나 주변 환경 문제로 애완견을 키울 수 없는 치매 노인 등에게 실제와 같은 대안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톰봇의 최고경영자(CEO) 톰 스티븐스 대표는 치매 환자였던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제니 개발에 나섰다고 했다.

스티븐스 CEO는 "제니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1500달러(약 220만원)에 판매되는데 요양병원에는 월 100달러(약 14만6000원)에 렌트를 해준다"며 "제니는 외로움을 겪고 있거나 치매가 있는 노인들과 발달장애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친구"라고 소개했다.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개막을 이틀 앞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는 열린 'CES 언베일드'(Unveiled)에서 미국 기업 톰봇 CEO가 로봇 강아지 '제니'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반려 로봇 시장은 돌봄 기능을 중심으로 대중화됐다. 공공 돌봄 영역에선 △미스터마인드 '초롱이' △효돌 '효돌이' △원더풀 플랫폼 '다솜이' △로아이젠 '마이봄 미니' 등 4개 회사 제품이 대표적이다. 초롱이는 50여 곳 이상의 지자체에 납품되며 65세 이상 홀로 사는 노인에게 무료로 지원된다. 사용자의 단어 사용 패턴을 분석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기도 한다. 효돌 역시 약 복용 시간 알림, 응급 상황 알림, 어르신 말벗 역할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미스터마인드 초롱이는 치매 어르신의 증상 완화로 주목받기도 했다. 순천시에서 초롱이를 지급받은 어르신 300명을 대상으로 전후 조사한 결과 60%는 초롱이를 사용하기 전보다 우울감이 완화됐으며 10%는 인지 기능이 개선됐다. 김동원 미스터마인드 대표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급 대상자를 100명으로 환산한다면 60명은 우울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치매가 발견되는 사례는 10%다. 이들은 인지 기능이 개선됐다"며 "사용 연차에 따라 효과가 커진다. 예를 들어 1년 차에 우울감이 5% 완화됐다면 2년 차는 15~20% 완화됐다"라고 설명했다.

치매 어르신 인지 기능 개선에 효과적이었던 돌봄 로봇의 핵심 기능은 '소근육 운동'과 '말하기'다. 김 대표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예방에 좋은 설루션으로 언급한 두 가지다. 초롱이의 경우 인형을 작동하려면 버튼을 누르고, 콘텐츠를 재생하려면 카드를 넣어야 한다. 이런 행위가 소근육 운동이다. 또 프로그램 명령이나 대화 등을 통해 계속 말하는 과정이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의학적으로 평가됐다"라고 말했다.

미스터마인드 AI 돌봄 인형 '초롱이'에 탑재된 다양한 놀이 콘텐츠별 카드들. 인형 앞주머니에 꽂으면 작동된다. 버튼은 인형 양손에 탑재돼 있다. 왼손은 '놀이' 버튼, 오른손은 '대화' 버튼이다. /김정수 기자

다만 고급화된 교감 기술로 반려동물을 대체하거나 가정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만한 반려 로봇은 부재하다. 일본 소니의 '아이보'와 중국 '루나'와 같은 로봇 강아지 형태가 없는 것이다. 이는 수요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AI 반려 로봇은 공공 영역에서 활성화돼 있고, 공공 시장에서는 어르신 및 치매 돌봄에 대한 수요가 압도적인 것.

김동원 대표는 "국내 AI 반려 로봇은 공공 영역에서 수요가 높다. 기술 개발과 시장에서의 판매력은 괴리가 있다. 기술을 자랑하기 위한 제품이 아닌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정확한 목적성이 있어야 한다"며 "소니 아이보는 반려 로봇이라는 정확한 콘셉트를 정했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국내에선 시장성이 없다. 중국 루나의 경우 애초 사족 보행 로봇으로 출시됐지만 판매처가 없어 얼굴·꼬리를 붙이며 만든 것. 콘셉트가 불분명하다"라고 했다.

톰봇 제니의 사례는 성장형 AI 로봇 강아지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소니 아이보나 중국 루나와 달리 정서적 교감이 필요한 치매 환자 등 특정 대상층을 겨냥해 설계된 점이 주목된다. 이러한 로봇이 국내 공공·치매 돌봄 영역에서 시장성이 있을지에 대해 김 대표는 "로봇이 소근육 운동을 할 수 있는 센서가 있거나 말을 유도하는 기능이 특화돼 있다면 가능성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단순히 반려동물을 대체한 로봇 강아지라면 치매에는 도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정서적인 안정감은 들겠지만 정서적인 안정감과 인지 기능 강화는 다른 개념이다"라고 했다.

수도권 A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공공 돌봄 로봇 사업의 취지는 좋지만 지속성이 관건이다. 지자체에 보급되는 돌봄 로봇들은 대여 사업으로 약 3년 정도의 계약이 끝나면 회수하는 단기성 사업이다. 애초 예산 편성을 그렇게 했다. 회수하는 과정에서 어르신들은 상실감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형 모델은 치매 초기 환자, 반려동물 형태의 로봇은 중증 환자에게 좋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말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자신을 좋아하는 동물에 거부감이 없는 분들도 많다. 반려동물과 유사한 모습의 로봇이 보급된다면 치매가 완화하진 않더라도 치매를 유발하는 고립, 우울감이 해소되는 데 도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의미 없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