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도 중증 난치질환도 아닌 1형 당뇨···지원 사각지대 여전
올해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 확대 '일반 질환' 1형 당뇨 배제 여전 중증질환 포함·장애 인정 요구 지속
1형 당뇨 환자가 의료비 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1형 당뇨는 희귀질환, 중증 난치성질환, 장애 등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아 의료비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환자들은 중증 질환 포함과 장애 등록을 요구하고 있지만 논의가 지연되면서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질병관리청(질병청)은 지난 6일 올해부터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 질환을 기존 1272개에서 1338개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대상 질환은 국가관리 대상 희귀질환 및 중증 난치질환 24개다. 대상 질환 환자들은 요양급여 본인부담금을 지원받는다. 지원 항목은 진료비와 △인공호흡기 대여료 △기침유발기 대여료 △보조기기 구입비 △만성 신장병 요양비 등이다.
질병청 '2022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2년 신규 희귀질환자 수는 5만4952명이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2020년 1형 당뇨병 연령대별 유병인구'에 따르면 입원·외래 환자는 총 4만4450명이다. 다만 1형 당뇨는 희귀질환으로 분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증 난치질환에도 포함되지 않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중증 난치질환 인정 기준은 치료의 난이도, 질병의 심각성, 사회적·경제적 부담, 의료적 우선순위 등 복합적인 요소로 결정된다. 1형 당뇨는 관리와 치료가 평생 필요하지만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의료비 부담이 과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1형 당뇨 환자들은 인슐린 펌프, 연속 혈당측정기 등 고가의 의료기기 구매에 연간 3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지만 이 비용은 현재 의료비로 인정되지 않는다. 국가의 의료비 산정 방식이 요양기관에서 지출된 금액만 반영하기 때문이다. 인슐린 펌프 등 의료기기 업체에서 지불한 금액은 의료비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1형 당뇨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연간 100만원 이하로 평가돼 고비용 질환으로 간주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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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1형 당뇨는 중증이고 곧 난치 질환이므로 산정 특례 대상을 꾸준히 요구했지만 의료비 조건으로 인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희귀질환, 중증 난치질환 산정 특례제도 등 관련 혜택에서 모두 배제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질환을 흔히 단순, 일반, 전문으로 나눈다. 1형 당뇨는 아직 일반 질환이다. 1형 당뇨인들은 전부 상급종합병원을 다니다 보니 전문 질환이 아니면 진료 시 페널티를 받는다”라며 “최근 심평원에서 학회 측으로 의견 조회한 내용에 1형 당뇨가 포함돼 있어 곧 전문 질환에 포함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중증 난치질환이 인정되면 자동으로 전문 질환에 포함되는 것과 달리 전문 질환에 포함된다고 해서 중증 난치질환 인정은 아니다. 1형 당뇨는 전문 질환만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희귀·중증 난치질환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여전히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형 당뇨는 희귀질환이나 중증 난치질환으로 분류되지 않아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이 아니지만, 대상이 되어도 실질적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요양비와 요양급여 두 형태를 같이 쓰는 데서 발생하는 1형 당뇨 환자들의 불편함과 한계를 보여준다.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사업에서 요양급여로 지원되는 ‘보조기기 구입비’는 병원이 아닌 외부에서 기기를 사야 하는 이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김미영 대표는 “병원에서 인슐린 펌프와 같은 기기를 의약품처럼 보관하고 있다가 처방하고 줄 수 있는 체계가 안 돼 있기 때문에 1형 당뇨 환자가 사용하는 의료기기나 의료 보조기기는 다 외부에서 사야 한다. 그래서 요양비로 분류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1형 당뇨병은 만성질환이므로 지속적인 진료 비용이 발생하지만 한 번에 큰 비용이 들진 않는다. (사업 대상이 된다면) 요양급여에 대한 의료비 지원 사업의 상한액이 얼마냐에 따라 실효성이 달라질 것이다. 합병증이 있거나 상급종합병원에 진료를 자주 가야 하는 환자라면 의료비가 많이 나와 요양급여로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다수 환자는 동네 병원에서 인슐린만 처방받기도 한다. 그럴 경우 100만원이 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인슐린 주입기는 요양비 영역으로 병원 접근도 불가능한데 기기에 대한 교육 수가도 없어 진행할 수 있는 병원은 거의 없다”며 “교육 수가, 의료비 형태 등은 문제 된 지 오래됐으며 의견도 지속해서 전달하고 있지만 진전되는 게 없다”라고 덧붙였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현재 중증 난치질환 인정과 함께 장애 인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가 1형 당뇨 환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 인정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1형 당뇨병에 장애 인정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당시 1형 당뇨를 장애로 인정할 필요가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으로 연말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25년 상반기에 인정 여부를 발표한다고 했다. 다만 정치적 혼란으로 진행 상황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김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 인정 여부가 발표될 예정이지만 진행 상황에 대한 복지부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중증 난치질환 포함은 의료, 장애 인정은 복지 차원이므로 같은 방향은 아니지만 장애로 인정된다면 중증 난치질환으로 편입할 때 더욱 설득력 있을 것으로 본다.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