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자에 채권추심 당연한데···이재명표 '압류금지 통장법' 논란

1인당 1개 최저생계비 압류 예외 초과분은 예비계좌로 송금하도록 돈 빼돌리는 도덕적 해이 가능성

2025-01-07     이상무 기자
통장 /연합뉴스

전 국민 1인당 1개의 생계비 통장에 최소 생계비 수준에 한해선 채무 압류를 금지하는 법안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채무자의 생계비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제도 악용 가능성이 있어 금융기관이 손해를 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압류 대상에서 제외하는 생계비계좌를 도입하는 내용의 민사집행법 개정안(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을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법안은 조만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현행 민사집행법은 ‘1개월간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에 대해선 압류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령은 월 185만원을 최저 생계비로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은 최저생계비 여부를 확정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일괄 압류가 이뤄졌다. 

채무자가 생계비가 필요한데 전 재산이 0원이 됐다면 법원에 압류금지채권 범위 변경을 신청하고 허가를 받아 185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 같은 신청 건수는 월 2만건 정도다.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자연인인 채무자에 한해 ‘1인당 1개 생계비계좌’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계좌에 해당하는 예금채권을 압류를 못하도록 했다. 다만 해당 계좌에 압류금지 생계비를 초과하는 금액이 예치된 경우 자동으로 그 초과분을 예비계좌로 송금하도록 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4일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개인 금융 활동이 신용 불량이 되면 일체 중지돼 어디에서 아르바이트하고도 아르바이트비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며 "생계비 수준의 한 개 통장에 대해서 압류를 할 수 없게 하면 일상적인 경제 활동은 유지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대표가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대권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정안 취지에 맞게 생계비만 보호 받는 이들도 있지만 일부는 정상적 채권추심을 방해하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85만원 한도 내에서 생계비를 다 쓰지 않고 나머지를 인출해 다른 통장이 아닌 개인 금고에 보관하는 식으로 현금을 빼돌릴 수 있다. 사전 계획에 따라 수입을 185만원보다 적게 몇 번씩 쪼개서 입금받는 방법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돈 빌리면 갚아야 한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며 "가계부채 규모가 커져서 압류 금지법을 만들었다는데 단편적인 면만 본 것이고 악용을 방치하면 결과적으로 성실히 갚는 사람이 불공평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는 개정안 심사보고서에 "실효성 있는 생계비 보장이 기대되나, 압류금지생계비를 초과하는 금액을 예비계좌로 송금하는 절차에 대해 법률 및 하위 법령에서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