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보다 어렵다"···날씨보다 더 얼어붙은 상점가

'계엄' 이어 '참사'까지···행사 줄줄이 취소 "주말 280만원 팔던 게 지금은 150만원"

2025-01-06     김민 기자
700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연이은 탄핵 정국과 참사에 불안한 새해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

#시청역 근처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A씨의 집은 닭꼬치로 유명한 곳이다. 그는 원래 12월 연말이 되면 이전보다 더 바빠지곤 했다. '연말 특수' 시즌이라 각종 행사가 있어 장사가 잘되는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말은 다른 때와는 달랐다. 12·3 계엄 사태에 이어 지난 12월 29일 일어난 여객기 참사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전에도 내수 부진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700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불안한 새해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11월보다 12.3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위기 경보 심각 발령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이로 인한 야당의 대통령·국무총리 줄 탄핵 정국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29일에는 제주항공 참사까지 발생했다. 결국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유독 고된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역에 있는 한 고깃집의 직원 B씨는 여성경제신문에 "지금 손님이 없다"라며 걱정을 표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서울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구에 있는 한 고깃집의 매니저 C씨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12월 셋째 주부터 1월 첫 주까지의 매출이 작년보다 훨씬 크게 하락했다"라며 "주말 기준 원래 280만원을 팔았다면 지금은 150만원이다. 매출 차이가 심해졌다"라고 말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유독 고된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민 기자

시청역 근처도 상황은 비슷했다. 노점을 운영하는 A씨는 낮 12시경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참사로 행사들이 줄지어 취소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A씨는 "적어도 나한테는 계엄 사태보다 참사의 영향이 더 컸다"라며 "주변의 행사들이 다 취소되니 사람들이 적게 올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실제로 매년 31일 오후 11시부터 내년 1월 1일 오전 1시까지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열렸던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이번에 축소 진행됐다. 공연과 퍼포먼스가 취소됐고 타종 행사 역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을 제외한 민간 인사만 참석했었다.

A씨는 주변에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변 가게의 사장도 종종 노점에 들른다. 근데 모두 하나같이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라고 덧붙였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상공인들의 매출액 추이, 단기 체감경기 전망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10일부터 12일까지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10곳 중 9곳에서 매출이 감소했고 매출이 줄었다고 응답한 소상공인 중 36%는 비상계엄 사태 이전보다 매출이 50% 이상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

정부도 이에 반응해 중소벤처기업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소상공인 예산 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말했지만 정국 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걱정은 줄지 않고 있다.

관계자들은 코로나 사태로 계속 좋지 않았던 소상공인들의 상황이 내수 부진과 정치적 논란, 참사로 인해 더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3년간의 코로나 사태 때문에 영업 제한을 겪고 제대로 장사하지 못했던 상황에 더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의 3고 현상이 이어졌다"라며 "연이어 내수가 회복되지 않다가 작년에 수출이 좀 증가하면서 내수가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과 참사가 덮치면서 국민이 일시에 지갑을 닫게 됐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