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투싼 돌풍에 현대차, 미국서 작년 170만대 판매 신기록
SUV와 친환경차, 현대차그룹 성장 견인 시장 점유율 4위 유지, 글로벌 경쟁력 강화 트럼프 정책 변수, 관세 리스크 대비 필요
현대자동차그룹이 하이브리드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앞세워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170만 대 판매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 미국 시장에서 총 170만8293대를 판매했다고 6일 밝혔다. 2023년 기록했던 165만2821대보다 3.4%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그룹이 연간 미국 판매량 170만대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83만6802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4% 증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기아는 79만6488대로 1.79% 증가하며 2년 연속 연간 최고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제네시스 또한 7만5003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실적은 친환경 차와 SUV의 판매 호조가 주도했다. 현대차의 전기 SUV인 아이오닉5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4만4400대가 판매됐다.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11만55대가 팔려 23% 증가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두각을 나타내 투싼 하이브리드와 산타페 하이브리드는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아차도 전기차와 SUV의 약진이 돋보였다. 스포티지는 15% 증가한 16만1917대를 판매하며 기아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고, 전기차 EV9은 출시 초기임에도 2만2017대가 팔리며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제네시스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 준중형 SUV GV70이 2만6000여 대 판매되며 성장을 이끌었다.
미국 시장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 "정책 리스크에 대비해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야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구매력을 가진 시장인 만큼 차량 1대당 평균 판매 단가가 높아 그룹의 수익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안한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수입차 관세 부과 등 정책 변화는 현대차그룹에 새로운 도전 과제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미국 내 생산 확대와 친환경 차 라인업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CEO는 “다양한 제품군과 파워트레인 옵션이 성공의 핵심이었다”며 “2025년에도 아이오닉9과 같은 신모델과 조지아주 공장의 생산량 증가를 통해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의 윤승규 북미법인 CEO는 "EV9과 같은 플래그십 전기 SUV의 성공과 카니발 하이브리드 도입으로 친환경 차 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미국 신차 판매량이 약 16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며 현대차그룹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GM(268만9346대), 도요타(233만2623대), 포드(206만5161대)에 이어 미국 시장 점유율 4위를 2년 연속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현대차그룹의 미래는 미국 시장에 달렸다"며 "지속적인 혁신과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