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이끌어갈 경제사령탑 5인 분석···머스크 혼자 외딴섬

문자 그대로 경제 對中 드림팀 완성 대중 압박·관세 보호주의 강화 기조 보수 진영 4인, 유일한 親中 머스크

2025-01-06     김성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지명한 경제·무역 주요 인사들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경제 정책을 이끌어갈 경제 수장의 면면에 관한 관심이 높다. 경제 안보적 측면에서 대중(對中) 압박을 강화할 보수 인사 4명을 지명하는 동시에 친중 성향으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포함한 대조적인 구도가 눈길을 끈다.

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미 의회는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주재로 이날 오후 1시(한국 시각 7일 오전 3시)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 회의를 연다.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의 상원 인준은 보통 임기 시작 직후 신속히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다. 이에 20일 정식 취임을 앞두고 미국 정치권의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재계가 주목하는 경제계 수장의 면면을 보면 스콧 베센트가 재무장관, 하워드 루트닉이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케빈 해싯이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각각 지명돼 2기 행정부의 경제·무역 정책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자국 우선주의와 대중국 강경책을 기조로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먼저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는 글로벌 금융 전략 전문가로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 설계를 주도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과거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에서 최고투자책임자로 활동하며 국제 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트럼프 2기 선거 캠프에 참여해 감세와 대중국 관세 정책 초안을 설계하며 경제 고문으로 부상했다.

무엇보다 친기업 성향의 베센트는 감세, 규제 완화, 재정 적자 축소를 통해 미국 경제 활성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미국 가정과 기업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관세의 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관세 정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였다. 베센트는 작년 6월 맨해튼연구소 주최 대담에서 제안한 '3-3-3' 정책으로도 주목받았다. 재정 적자 축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 달성, 원유 생산량 증산을 골자로 한 이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비전을 간결하게 요약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베센트와 함께 재무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하워드 루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는 상무장관으로 지명됐다. 트럼프-밴스 정권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정권 이양을 주도했던 루트닉은 상무부를 통해 대중국 압박 정책을 실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무부는 첨단기술 수출 통제, 무역 규제,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결정 등 대중국 정책을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핵심 부서로 이를 주도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9월 CNBC 인터뷰에서 그는 "관세는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며 이를 통해 미국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명확히 지지했다.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된 제이미슨 그리어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와 무역 협상에 핵심적으로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하며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주도했고 대중국 관세 정책 실행의 최전선에서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어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완에 그친 대중국 무역전쟁을 마무리하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취임 직후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 10%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선언하며 대중국 관세 정책 강화를 예고했다. 그리어의 임명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압박 정책을 본격화하고 무역 전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지명된 케빈 해싯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2017년 감세 및 일자리 법 설계에 핵심 역할을 했던 경제 전문가다. 그는 2기 행정부에서도 감세와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경제 정책을 조율하며 미국 경제 회복과 동맹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정책 설계와 데이터 분석 능력을 입증한 해싯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직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기조를 조율하는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감세와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기업 활성화와 함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재검토를 통해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트럼프 집권 2기는 극우적 대중 강경 정책을 추진하는 4명의 주요 인사들과 중국과 깊은 사업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독특한 대조를 이루며 시작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트럼프 집권 2기는 극우적 대중 강경 정책을 추진하는 4명의 주요 인사들과 중국과 깊은 사업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독특한 대조를 이루며 시작될 전망이다. 중국 강경파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기업가인 동시에 투자자이기도 한 비벡 라마스와미와 함께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활동할 방침이다. 머스크는 이번 행정부에서 유일하게 친중적 성향을 보인 인물로 꼽힌다.

머스크는 테슬라 최고경영자로서 중국 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테슬라의 글로벌 매출 약 25%가 중국에서 발생하며 연간 95만 대를 생산하는 최대 생산 기지인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운영 중이다. 이 공장은 외국 기업 최초로 현지 합작 없이 설립됐으며 중국 정부로부터 저리 대출과 법인세 감면 등 파격적인 지원을 받았다.

중국 법에 따르면 공산당은 자국에서 운영하는 외국 기업에 민감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머스크가 중국으로부터 미국의 기밀 정보를 요구받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과거 테슬라가 중국 공산당을 옹호했다며 이를 근거로 연방 정부와 중국 관련 기업 간 계약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국가정보국(DNI) 국장 후보로 거론됐던 크리스 스튜어트 전 하원의원은 머스크와 중국의 관계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을 요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머스크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를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선 캠프에 거액을 기부하며 정책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너리 예비역 중장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머스크가 중국이나 러시아와 연관이 있으면 국가 기밀 접근권 박탈 등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1기 당시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갈등을 겪었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026년 5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상태다. 대통령과 상·하원 다수당 모두 공화당이 가져가긴 했으나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Fed 의장을 해임하긴 무리가 있어 먼저 후임자를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 파월을 이른바 '식물' 의장으로 만들겠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