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더봄] 은퇴식을 할 수 있을까?

[강신영 쉘위댄스] (67)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자 30대의 은퇴는 좀 아쉬워

2025-01-19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얼마 전 열린 댄스스포츠 대회 중 한 프로 선수의 은퇴식이 있었다. 경기 대회 중간에 특정 선수의 은퇴식을 넣어 주는 것이다. 잠시 대회를 멈추고 은퇴 댄스 시범을 보이고 박수를 받고 마치면 주최 측에서 준비한 은퇴 공로패 정도를 받고 문하생들이 꽃다발을 안겨준다. 끝나고 그간 신세 졌던 사람들, 가까이했던 사람들과 회식 자리를 만든다. 은퇴식의 전부다.

그날 은퇴한 선수는 30대 중반의 나이였다. 아직 상위급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데 왜 벌써 은퇴하느냐며 여러 사람이 아쉬워했다.

그날 경기 대회에서 우승한 프로 선수의 아버지도 아들을 3년 후에 은퇴시키겠다고 했다. 할 만큼 다 해봤고 이젠 돈을 벌게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정상에 있을 때 화려하게 은퇴하는 것이 보기 좋다고도 했다.

선수들이 은퇴할 시기를 잡는 것은 선수마다 다르다. 그날 우승자처럼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는 것이 이미지 관리상 좋다는 사람도 있다. 평생 그 이미지로 남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다른 선수들은 더 이상 성적이 오르지 않을 때 한계를 느낀다.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고 그 때문에 밀리면 나이 들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프로 선수들이 나이 들었음을 깨닫는 것은 또래나 후배들이 먼저 은퇴하고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심사위원 석에 있을 때 느끼는 모양이다.

댄스계는 은퇴 시기가 비교적 빠른 편이다. 100세 시대에 30대 은퇴는 이른 감이 있다. /사진=강신영

경제적인 문제도 있다. 프로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댄스 선진국 영국이나 이탈리아 등지에 자주 레슨을 받으러 가야 한다. 세계적인 추세도 파악해야 하고 심사위원으로 나서는 선생의 눈도장 찍는 일도 중요하다. 알량한 레슨비 벌어 둔 것을 그때 가서 다 쓰고 오면 다시 빈털터리가 된다. 그 생활을 연속하다 보면 모아둔 돈은 없고 가정을 꾸렸을 때 경제난에 봉착하게 된다.

신체적인 문제도 있다. 고된 훈련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나이 들면서 체력이 약해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 30대 중반에 은퇴하는 프로 선수들이 많다. 그때쯤이면 여자 파트너도 임신 출산을 해야 하므로 다시 복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파트너와 더 이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그 참에 은퇴해 버리는 선수들도 많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해서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새로 파트너를 구해야 하는데 다시 손발을 맞춘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 100세 시대에 30대 중반이면 은퇴해야 하는 현실은 너무 빠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댄스는 여전히 즐기고 있는데 은퇴식을 하라면 좀 서글퍼진다. /사진=강신영

내 경우도 은퇴할 때 소속 협회에서 은퇴식을 해주겠다는 제의를 한 적이 있다. 프로 선수 생활을 한 것도 아닌데 언감생심이라고 사양했지만, 대회 중간에 은퇴식을 위해 잠시 시간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코로나 사태로 장기간 쉬다 보니 현재는 파트너가 없어 휴업 상태라서 현역으로 뛰지도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발을 끊은 것은 아니니 은퇴했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다시 댄스를 하면 된다. 일상의 우선순위에 다시 댄스를 올리는 것이다.

은퇴라고 생각하니 서글퍼지기도 한다. 댄스가 아닌 직장 생활 현역에서 퇴직했을 때는 오히려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가슴이 설레었었다. ‘은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은퇴’는 완전히 손을 떼고 뒷방에 물러앉는다는 의미가 있어 내키지 않는다.

혹시 파트너가 생긴다면 마지막으로 프로 전향을 하면서 은퇴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그 꿈은 아직 안 버리고 있다. 문제는 파트너다. 편하게 현역 프로 선수를 파트너로 해서 은퇴 댄스를 장식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일회용 은퇴식을 위한 허울일 뿐이다.

보는 눈이 많으므로 은퇴식에서 출 춤도 꽤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 은퇴식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기 때문에 정말 내가 같이 춤추고 싶은 파트너가 아니면 굳이 은퇴식을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가능성은 항상 열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