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尹 체포 5시간 대치 끝 무산···당시 관저 근처는
6000명 시위 큰 물리적 충돌 없어 공수처 "안전 문제로 철수" 발표 전문가 "결국은 체포, 구속될 것"
12·3 계엄선포 사태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다 오후 1시 30분경 중지했다. 공수처는 경호처와 5시간 넘게 대치했다.
이날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1~1도로 한파가 몰아쳤다. 대통령 관저 근처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던 시위대는 강추위 속에서 "공수처를 체포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다 1시 30분 집행이 중지되자 환호했다.
공수처와 경찰은 이날 새벽부터 체포를 위해 움직였다. 앞서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애초 전날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방안을 검토했었으나 경찰과 협조 방안을 더 자세히 짜기 위해 시점을 늦췄다.
이날 오전 6시 7분경 경찰은 관저가 있는 한남대로 우측 한남오거리와 북한남삼거리 구간 부분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공수처는 오전 7시 18분경에 윤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했으며 오전 8시 4분경에 관저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오전 8시 51분에 공수처 수사관이 관저 내 군부대와 5시간 넘게 대치했다. 결국 1시 30분 공수처가 집행 중지를 하면서 끝이 났다.
대치가 이어지면서 대통령 관저 근처의 혼잡도 계속됐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위와 이를 통제하기 위한 경찰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일부 집회 참여자들은 통행을 관리하는 경찰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한 중년 여성은 통행 제한 구역을 지나가려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이날 집회는 경찰 비공식 추산에 따르면 700명에서 6000명으로 늘어났다. 12시경 관저 근처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 찼으며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 밖에서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식당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렸다.
이날 모인 시위대의 대부분은 중노년층이었다. 다만 2030 청년 층도 조금이지만 모습을 보였다. 그들의 손에는 성조기와 태극기가 있었으며 4·15 부정선거를 언급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도 들고 있었다.
한편 탄핵 찬성론자들도 반대 집회 근처에서 모습을 보였다. '헬조선변혁 전국추진위원회'는 임시 정부 수립을 요구하는 깃발도 들었다. 이들은 반대 집회 사람들과 작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반대 시위는 공수처가 집행을 중지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집행 중지가 발표된 이후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가 무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전 목사는 자신을 "광화문 국민혁명 대표, 총사령관 대표"라고 소개한 뒤 "종편을 비롯해 공중파 전체가 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전문 전체를 보도하지 않는다. 윤 계엄선포가 실패했느냐? 이제 우리는 완전히 이겼다"라고 주장했다. 시위대도 이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2시 집행 중지 이후 한남대로 근처 육교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사람들로 더욱 혼잡해졌다. 한편 이때 민주노총을 비롯한 탄핵 찬성 집회 사람들도 한강진역에 도착해 시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강진역 근처에 있던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그들에게 "북한으로 가라"라고 화를 냈다.
이날 집행 중지 시위대의 열기는 뜨거웠지만 수사 기관의 체포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사법부가 발부한 체포 영장까지도 경호처를 앞세워서 거부하는 모습은 스스로 법치를 흔드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라며 "지금 경호처의 모습을 보면 박종준 경호처장도 법의 심판대에 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수사를 피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결국은 구속돼 헌재에 의해 탄핵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은 대통령 경호처장 및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출석을 통보한 상황이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도 열릴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대통령 관저 근처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근처에서 ‘확대 간부 결의대회’를 열고 이후 관저까지 행진한다. 이후 오후 7시 참여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이 참여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 행동’ 주관 집회에 참여한 뒤 철야 집회도 열 예정이다.
한편 윤 대통령 측은 3일 헌법재판소가 연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절차준비기일에서 "대통령은 고립된 약자"라고 말했다. 이렇듯 윤 대통령 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탄핵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