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확산하는 에고 인플레···알바·연애·학교 일상 속 극도의 자기중심주의
"시간제 근로자 권리만 누리려 해" "학교서도 협력보단 개인 분량만" "연애·교우관계도 과도한 개인주의"
가족, 직장, 동문 같은 집단보다 개인을 더 중시하는 개인주의는 10·2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게 나로부터 시작해 나로 끝나는 에고의 과도한 팽창, 즉 '에고 인플레이션(ego-inflation)'도 주변에서 자주 목격된다.
'에고 인플레' 상태에선 나의 쾌락과 편리, 자존심을 방어하는 게 지상명령이 된다. 대신 타인은 수단이거나 부차적 고려 대상일 뿐이다. 법이나 공중도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극도의 자기중심주의가 관계와 연대를 부식시킨다.
필자가 대학생 1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자기 주변에서 에고 인플레 양상을 흔히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 양상은 아르바이트, 학교생활, 교우관계, 연애에서 다양하게 나타났다.
아르바이트생들은 "함께 일하는 알바생 중에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정해진 시간만큼만 일하는 시간제 근무자의 권리만 누리면서 해야 할 업무는 하지 않는 점이다.
강릉 원주대에 재학 중인 한모 씨(여·21)는 "전 타임 근무자가 바쁜 시각 재고를 채우지 않고 퇴근해 화가 났다. 맡은 일을 해놓지 않았으면서 시간이 되었다고 그냥 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알바생들은 고객의 지나친 자기중심주의도 자주 경험한다.
키즈 카페에서 일하는 한라대학교 재학생 박모 씨(여·19)는 "몇몇 젊은 엄마들은 아이를 앞세워 선을 넘는 것을 요구한다. 이를 완곡히 거절하는 직원을 나쁜 사람을 만든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라고 했다.
학교생활에서의 자기중심적 태도는 거의 일상화돼 있다고 한다. 응답자들에 따르면, 적지 않은 학생은 팀 프로젝트를 할 때 협력보다는 최소한의 개인 분량만 채우고 과실을 같이 나누려 한다.
동아리·학회 활동에서도 공동의 목표보다는 자기 스펙을 쌓는 데 더 열중한다. 2023년 범국민 안보의식 조사에서 전쟁이 나면 전투에 참여하겠다는 국민은 13.9%에 그쳤다. 10년 새 8.8% 포인트가 줄었다. 대학가의 에고 인플레 확산과 맥이 어느 정도 닿아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이모 씨(23)는 "개인 과제는 성실히 해 오면서 조별 과제는 다른 조원들에게 떠넘기려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라며 "모두의 것은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현 사회의 모습 같다"라고 말했다.
강릉 원주대에 재학 중인 김모 씨(19)는 "기숙사 룸메이트가 술자리에 너무 자주 나간다. 매일 밤늦게 들어오는데 그때마다 잠이 깬다. 같이 사는 사람 입장을 고려해 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교우관계에서 과도한 개인주의가 자주 경험된다고 한다. 몇몇 응답자는 "학우들과의 관계에서 도움을 요구하고 정작 자신은 도움을 주려 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가톨릭대에 재학 중인 신모 씨(여·19)는 "둘이 만난 상황에서 휴대폰을 계속하는 친구가 많다. 자기만의 즐거움을 위해 앞에 앉은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를 안중에 두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 씨(여·19)는 "내게 잘못을 저지른 한 친구는 내가 사과를 바로 받아주지 않았다고 도리어 내게 화를 냈다. 자기 자존심만 끔찍이 생각하는 모습이 당황스러웠다"라고 했다.
자기중심적 연애도 많아졌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신모 씨(19)는 "연애하면서 연락이 잘 안됐다. 그럴 때마다 상대는 '개인 시간이 중요하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연세대 재학생 이모 씨(19)는 "데이트할 때 내 의견을 묻지 않고 혼자 일방적으로 정하는 상대의 모습에서 에고 인플레를 느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