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보다 못살게 된 첫 번째 세대···초고령사회 빈곤의 세대화가 온다
청년, 부모 재산에 따라 출발선 달라진다 2045년 고령인구 세계 1위, 빈곤 악화 우려 빈곤의 세대화,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 필요
청년들의 한탄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청년층은 부모 세대와 달리 가난에서 벗어날 사다리를 잃어버리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는 현재의 빈곤뿐 아니라 미래로 이어질 ‘빈곤의 세대화’를 경고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오늘의 청년이 내일의 노인이 되었을 때 빈곤 문제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미래 예측이 아닌, 현재의 현실이 만들어낸 경고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민국의 청년 10명 중 4명은 자신을 빈곤층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일시적인 소득 부족을 넘어 부모의 자산과 지원 여부에 따라 출발선 자체가 달라지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청년의 절반 이상(56.5%)은 부모의 재정적 지원 없이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답했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자산 규모와 생활 수준을 결정짓는 구조다.
실제 청년층의 자산 격차는 극명하다. 상위 20% 청년층의 평균 자산은 약 10억원에 달하지만 하위 20%는 고작 2784만원에 그친다.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경제 빈곤율은 자산과 부채를 고려했을 때 52.9%에 달한다. 청년층 상당수가 ‘소득은 있지만 빚만 늘어나는’ 상황에 처해 있음을 뜻한다.
부동산 보유 여부에 따른 자산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부동산을 소유한 청년층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평균 자산이 3배 이상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 불평등은 심화하고 있다. 청년층의 사회적 이동 가능성을 거의 차단하고 있다.
청년층의 빈곤 문제는 단지 현재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는 2045년,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전망이다. 고령인구 비율은 37.3%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80세 이상 인구는 국민 5명 중 1명으로 증가한다. 문제는 이러한 고령화가 초래할 복지 비용과 빈곤 문제다.
이미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그 비율은 39.7%에 달한다. 현재의 노인 세대조차도 사회보장 시스템의 빈틈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청년이 노인이 되었을 때는 상황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청년 세대의 자산 축적 속도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더디기 때문이다.
2012년과 2021년 사이, 전체 가구와 청년 가구의 자산 격차는 약 1억원에서 2억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자산 불평등의 심화가 청년층을 넘어 미래 세대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청년 가구 사이의 자산 격차가 고령사회로 이어지면 빈곤의 세대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빈곤의 세대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부모의 지원 여부에 따라 주거 환경이 결정되지 않도록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청년 임대료 보조금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한다.
청년층의 초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정책(청년 자산 형성 기금)과 부동산 중심의 불평등 구조를 완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또한 현재의 청년 세대가 노인이 되었을 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민연금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기초연금의 수급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입을 모았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금의 청년층은 더 이상 '부모보다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없는 첫 세대"라며 "빈곤 문제를 방치하면 대한민국은 빈곤이 세대를 넘어 고착화되는 사회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청년의 미래를 바로 세우는 것이 곧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우리는 단순히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말고, 미래의 빈곤까지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