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미래 대비하자"···유통가 신년사 키워드는 '변화와 혁신'

롯데·신세계·현대 등 신년사 공개 내수 시장 침체 장기화 극복 강조 체질 개선·본업 경쟁력 강화 등 당부

2025-01-02     류빈 기자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각 사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를 맞아 국내 주요 유통기업 총수들이 신년사를 통해 경영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다. 고물가·고환율, 경기 부진 등으로 침체된 소비심리는 비상계엄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의 여파로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단 의지를 강조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혁신·쇄신’ 등을 강조하며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핵심사업 경쟁력을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전했다. 신 회장은 올해 불확실성 확대, 내수 시장 침체 장기화 등으로 인해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며 혁신 없이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룹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회복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롯데가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고 다시 성장하기 위해 올 한 해 강도 높은 쇄신을 당부했다.

또한 신 회장은 “체질 개선을 통해 재도약의 토대를 다져야 한다”며 “재무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롯데그룹이 지난해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며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까지 담보로 내놓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는 롯데렌탈 매각과 롯데헬스케어 법인 청산을 결의하는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 제고와 AI 내재화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위기를 정면 돌파할 핵심 무기로 ‘1등 고객을 만족시키는 본업 경쟁력’을 앞세웠다. 엄중한 자세로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뗀 정 회장은 “고물가와 불경기 등으로 시장 상황이 나쁘다”면서 “이럴 때도 기업은 도전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는 본업 경쟁력에서 답을 찾자는 게 핵심이다.

그러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성장하기 위한 우리의 ‘본업 경쟁력’은 ‘1등 고객’을 기반으로 한다”며 “늘 새로움을 갈망하는 ‘1등 고객’을 제대로 아는 것이 우리의 본업이다. 그리고 1등 고객이 우리를 아는 게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2025년의 시기적인 중요성을 말하며 “지금이 신세계가 또다시 혁신하고 변화할 적기”라고 역설했다. 이어 “본업이란 오늘의 신세계그룹을 있게 한 성장 엔진”이라며 엔진의 핵심 연료는 ‘1등 고객’이라고 정의했다. 1등 고객은 새로움을 갈망하고 과거와는 다른 경험을 통해 큰 만족을 느낀다. 그들은 기업이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내놓을 때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내 삶이 얼마나 나아지는지 보고 이를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한다고도 강조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성장은 실천에서 시작되고 다양한 협력으로 확장되며 서로의 공감으로 완성되듯이, 우리가 서로를 믿고 도우면서 함께 변화의 파고에 맞서 힘차게 나아가자”고 밝혔다.

정 회장은 “우리 그룹이 성장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고객과 시장, 비즈니스 생태계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 성장의 동인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지선 회장은 “관습적으로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적용해 가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새로운 시도는 익숙함을 버려야 하는 수고가 따르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갖게 하지만, 그러한 성장통의 과정을 겪어야만 성공이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도 했다.

정지선 회장은 신규 사업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 미래의 성장 기회를 선점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각 사 대표이사와 임원은 미래 성장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큰 책무임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과 신속한 판단을 바탕으로 신규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경영층의 적극적인 리딩이 있어야 전략 추진의 속도가 올라가고 멀게만 보였던 비전 목표를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내수 소비 부진과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같은 대내외적 불확실성 심화를 예상한다”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복합적 위기 속에서 CJ그룹은 각 사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 회장은 경쟁력을 갖춘 성장을 위한 두 가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로는 글로벌 영토 확장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성장 비전을 대외에 제시해 시장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는 각 사업에서 잠재적 기회를 발굴해 성장을 이루고 철저히 준비된 자세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뷰티·패션기업 수장들도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것을 다짐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은 “응축된 우리의 역량을 신속하게 제품 중심의 고객가치 혁신에 쏟아붓는다면 시장과 고객을 선도하는 최고의 사업 성과를 창출하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며 “보다 경쟁력 있는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는 열정과 차별적 미래 가치를 만들어내는 몰입으로 LG생활건강의 저력을 입증하는 한 해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중점 사업 전략으로 ‘글로벌 사업 재구조화(리밸런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미주 시장에서는 빌리프, CNP, 더페이스샵 브랜드를 중심으로 영 제너레이션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보강하고 마케팅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25년은 세정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대혁신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창립 50주년이었던 지난해가 ‘100년 기업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한 해’였다면, 올해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세정그룹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그룹의 3가지 주요 전략을 제시했다. 브랜드의 고유한 경험과 가치 재정립, 브랜드 신선도 관리를 위한 아이템 구성 변화와 재고 회전율 관리, AI 등 신기술을 접목시킨 창의적 사고 강화와 고부가가치 활동 중심의 일하는 방식 혁신을 주문했다. 이러한 전략을 기반으로 ‘책임 경영’을 통해 신속한 사업 전개와 전문성 강화에 주력하면서 신기술 접목으로 사업 가치를 향상시키는 ‘DT(Digital Transformation) 경영’을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