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한숨 돌린 SPC, ‘글로벌 푸드 컴퍼니’ 탄력 받나

SPC그룹, 미국 텍사스 제빵 공장 건립 추진 경영 안정화 탄력 받고 'SPC 글로벌화' 속도

2025-01-02     류빈 기자
증여세를 회피하려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 리스크가 일부 해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글로벌 사업 보폭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증여세 회피를 위해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은 허 회장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은 이후 신년이 되자마자 미국 현지 제빵 공장 건립 추진 소식을 알렸다. 이는 허 회장이 강조해온 'SPC 글로벌화'의 일환으로 경영 안정화를 발판 삼아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미국 텍사스 주에 제빵 공장 건립을 추진한다. SPC그룹은 텍사스 주 존슨 카운티에 속한 벌리슨 시를 공장 후보지로 정하고 지방 정부와 투자 계획 및 지원금에 대해 최종 조율 중이다. 이르면 이달 중 협의가 마무리 된다는 설명이다.

SPC그룹은 미국 제빵 공장 설립을 통해 파리바게뜨 매장 수를 늘리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향후 진출 예정인 중남미 지역까지 베이커리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투자 금액만 약 1억6000만 달러가 투입된다. 토지 넓이는 약 15만㎡(4만 5000평)로 SPC그룹의 최대 해외 생산 시설이 될 전망이다. SPC그룹은 미국 제빵 공장을 SPC삼립의 해외 생산 기지로도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신규 공장이 설립되는 텍사스 주는 미국 중심부에 있어 미 전역과 캐나다·중미 지역에 물류 접근성이 높다. 투자 기업에 대한 지방 정부의 유치 인센티브와 고용 환경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은 비즈니스 친화 지역으로 평가 받는다. 존슨 카운티와 벌리슨 시 지방 정부는 이번 공장 투자 유치를 위해 파리바게뜨에 약 1000만 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허 회장은 ‘글로벌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를 목표 비전으로 내세워 해외 시장 발판을 넓히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 2015년 열린 창립 70주년 행사에서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고 전 세계 1만2000개 매장을 보유한 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미국 공장 설립 역시 이러한 목표 달성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PC그룹은 우선 파리바게뜨 매장의 해외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해외 14개국에 600여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 중 미국과 캐나다에 200여 개가 있다. 특히 북미 가맹사업이 호조를 보이며 매장 증가 추세 속도가 가파르다. 제품 공급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오는 2030년까지 북미 지역에서만 100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내세웠다. 

미국, 캐나다뿐만 아니라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 유럽과 중국, 동남아 시장도 공략 중이다.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의 금융 허브인 카나리 워프 지역에 유럽 첫 가맹점을 오픈했다. 기존에는 유럽에서 프랑스, 영국에 진출해 직영점만 운영해 왔으나, 향후 가맹 사업을 확대해 오는 2030년까지 영국에 매장 100개 이상을 개점하고 유럽 전역으로 매장을 늘려가겠단 목표를 내세웠다. 

또한 SPC그룹은 중국 톈진에서 제빵 공장(2만 800㎡)을 운영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의 할랄 인증 제빵 공장(1만 6500㎡) 완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말레이시아 기업인 버자야푸드그룹과 태국, 브루나이 내 파리바게뜨 운영을 위한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으며, 라오스 현지 기업인 코라오그룹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해 올해 중 각국에서 첫 매장을 열 예정이다. 

SPC그룹의 해외 실적 성장도 가시화되고 있다. SPC그룹의 연결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은 2020년 6조5000억원에서 2023년 8조1000억원으로 약 25%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해외법인 매출은 4000억원에서 6500억원으로 62.5%나 늘었다. 

다만 허 회장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강요했다는 혐의로도 기소돼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아직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기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