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피의자 인권 보호'가 계엄 수사 발목···검찰 조서 증거 안 돼

文정부 때 형사소송법 개정 강행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로 불가 한명숙 명예 회복 때문에 서둘러

2024-12-31     이상무 기자
검찰, 공수처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한 ‘검사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이 현재 탄핵 정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3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탄핵소추단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의 증거 목록이 담긴 '증거제출서'와 '입증계획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죄로 구속된 피의자 9명의 영장 청구서와 진술조서들도 증거 목록에 포함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28일 검찰로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진술이 담긴 피의자 신문조서 등 자료를 전달받았다. 이에 앞서 검찰은 김 전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면서 주요 공소 사실마다 윤 대통령의 지시 및 관여 내용을 자세히 명시했다.

그러나 2022년 형사소송법 제312조 개정에 따라 피고인이 인정하지 않은 공범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로 쓸 수 없는 상태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 혐의를 부인하고 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도 거부하고 있다.

관련 판례도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7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의 쟁점은 대향범 B씨와 공범 C씨 등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인정할지 문제였다. 대향범은 뇌물 수수 등 양쪽의 행위로 성립되는 범죄에서 한쪽의 범죄자를 말한다. 재판부는 A씨가 B, C씨 등의 검찰 조서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제도 변화는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2020년 만든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작이었다. 당시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피의자를 신문해 그 진술을 기재한 검찰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해 경찰 조서와는 다른 우월적 지위를 부여했는데 개정안은 검찰 조서 역시 경찰 조서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게 했다.

민주당이 이렇게 피의자의 인권과 방어권을 보장하는 검찰개혁에 서두른 것은 한명숙 전 총리 명예 회복이 시급한 과제였기 때문이었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됐다. 한 전 대표는 검찰에서는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으나 1심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1심 재판부는 한 전 대표의 말이 뒤집힌 점에 주목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법정 진술보다 검찰에서 한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를 확정하면서 “(원심에) 공판중심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 진술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만들어 반대 입장인 자유한국당을 패싱하고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등 군소 야당과 연합한 ‘4+1 협의체’를 통해 강행 처리했다. 당시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가면 앞으로 수사 못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묵살됐다.

여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민주당이 계엄, 탄핵을 맞아 윤 대통령 등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는데 자신들이 만든 조항이 발목 잡게 될지는 몰랐을 것"이라며 "검찰 조서는 피고인이 증거 능력을 부정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