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참사 수습을 위해 정쟁은 멈춰야
[신율의 정치In] 최상목 대행 4개 직책 수행 민주당의 추가 탄핵 가능성 근본 책임은 분명 윤 대통령
최상목 경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 겸 총리 권한 대행 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게 됐다. 우리 정치 역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최 ‘권한 대행의 권한 대행’이 자신의 업무를 잘 해내 갈 수 있을까에 여론과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일단 미국은 최 권한 대행을 지지할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우려의 시선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4개의 직책을 동시에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기 때문이다. 4개의 직책을 동시에 수행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라면 최상목 권행 대행이 ‘슈퍼맨’이든가 아니면 우리의 정부 조직이 잘못됐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존재의 이유’가 없는 고위 공직이 많다는 것을 ‘권한 대행의 권한 대행’이라는 초유의 현상이 증명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일 최 권한 대행이 슈퍼맨도 아니고 정부 조직도 문제가 없다면 최 권한 대행이 업무를 잘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여기서 더욱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민주당의 추가 탄핵 가능성이다. 만일 민주당이 다시금 최 권한 대행의 권한 대행에게 탄핵 카드로 압박한다면 가뜩이나 벅찬 처지에 있는 그는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직책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탄핵 카드를 다시 꺼낼까? 여객기 참사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무기로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계속 이루고 있고 그런 폭주를 멈출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일 민주당이 현 상황이 엄중한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서슴없이 발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항공기 참사가 발생했다. 물론 최상목 권한 대행이 사태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대통령 혹은 대통령 권한 대행만큼의 기민함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획재정부에서는 이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이 없기 때문에 총리실과 대통령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일정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 혹은 대통령 권한 대행에게 직보하는 것보다는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런 위중한 상황에서는 조직과 최종 결정권자 사이에 손발이 잘 맞는 것이 중요한데 최상목 권한 대행과 대통령실 그리고 총리실이 이런 위기 상황에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협력관계를 보여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상목 권한 대행이 헌법 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면 민주당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 만일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면 민주당은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사 수습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필요성과 맞물린 헌법 재판관 임명을 중요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참사가 수습될 때까지는 민주당은 움직임을 멈출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참사 수습과 또 다른 사고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도 ‘대행의 대행의 대행’이 국가를 운영하는 상황이 초래되면 안 되고 또한 경제 사령탑에 대한 탄핵을 추진한다면 대한민국의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기 때문에 탄핵 추진 시 발생할 역풍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민주당이 과거에 주장한대로 상당수의 장관을 연속적 혹은 동시에 탄핵한다면 그야말로 대한민국 행정부는 완전히 무력화될 것이다. 민주당이 공당(公黨)이라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참사 국면에서는 행동과 주장을 조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정상이다.
지금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까지의 근본 책임은 분명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그가 비상계엄 선포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만 벌이지 않았어도 사태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상황 악화에는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생각이다. 여객기 참사까지 발생한 지금에서라도 정치권이 합심해서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 아니 최소한 정쟁이라도 삼갔으면 좋겠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