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 韓 상륙은 '역사적 전환' 자신감···美·獨·日도 초긴장
10년 빨라진 무서운 전기차 전환 "하이브리드는 지옥으로 가는 길" 관세 활용 지연 전략도 안 통할 것
중국의 전기차 생산업체 비야디(BYD) 한국 진출이 임박한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확대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른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진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 중국 내 전기차 전환 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인 UBS·HSBC와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우드맥킨지가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내년 1200만대를 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2021년(352만대)과 2022년(670만대)의 전기차 판매량 대비 각각 4배, 2배에 이르는 규모다.
반면 내연기관차 판매량은 올해보다 10% 이상 줄어 1100만대 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FT는 "2022년 내연기관차 판매량(1480만대)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급감한 수치로 내년에 신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처음으로 추월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0년 중국 당국은 2035년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을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내년에 이와 같은 전망이 맞아떨어지면 목표를 10년이나 앞당겨 달성하는 "역사적 변곡점"을 맞는 셈이다.
독일, 일본, 미국의 거대 자동차 회사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한때 판매 1위를 달리던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도 최근 16위로 밀려났다. 독일 폭스바겐은 극심한 경영난 탓에 장쑤성 난징 공장에서 철수하기로 하고 가동률이 낮은 공장을 추가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BYD의 판매량은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는 연간 판매 목표인 400만대를 돌파하며 미국 포드와 혼다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예상 판매량은 작년보다 40% 증가한 425만대다.
중국 전기차 굴기에 한국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중국 BYD가 내년 초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데 이어 국내 렌터카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비교적 적고 중국차에 대한 불신이 있는 한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렌터카 업체에 먼저 차량을 공급해 B2B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전략이다.
지난해 BYD가 KG모빌리티(옛 쌍용차)와 공동 협력 방식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를 숨기던 전략보다는 노출이 한층 강화된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것엔 역사적 전환점을 10년 앞당겨 맞았다는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중국과 완전 경쟁에 직면한 해외 전기차 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기차의 대부'로 알려진 앤디 팔머(Andy Palmer) 전 애스턴 마틴 최고경영자(CEO)가 하이브리드 차량을 우선시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하이브리드 단계에 오래 머무를수록 전기차 전환이 늦어져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것이란 얘기다. 앤디 팔머는 전기차 매체 인사이드EV와의 지난 26일 자 인터뷰에서 "하이브리드는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며 "관세를 이용한 보호무역 역시 업계의 혁신 의지를 늦추게 해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