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트럼프 vs 해리스"···SNS 전장에서 펼치는 '전략적 정치 게임'

해리스, 틱톡으로 Z세대 유권자 공략 밈·사운드바이트 활용···조롱을 유머로 SNS 퇴출 트럼프, 트루스 소셜로 복귀 트럼프 SNS팀 "AI 이미지 효과 있었다"

2024-12-28     김원기 강릉원주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2학년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강릉원주대 '모바일 뉴스의 이해' 수업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를 연재합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이 수업을 지도하는 허만섭 강릉원주대 교양교육부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 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미국 민주당의 상징 당나귀와 공화당의 상징 코끼리 이미지 /픽사베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두 후보는 SNS상에서도 치열하게 격돌했다. 

이에 필자는 두 후보가 소셜 미디어를 선거에 어떻게 활용해 왔는지를 심층적으로 탐구했다. 두 후보 측의 SNS 활동상은 상대적으로 매우 미약하게 국내 언론에 소개됐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새롭게 등장한 SNS는 텔레비전 같은 올드 미디어와는 다르게 시공간의 제약이 없고 관심사에 따라 취사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가고 있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소셜 미디어는 정치인의 새로운 소통 창구, 홍보 도구가 된 지 오래다. 전 지구적 이벤트인 미국 대선에서도 SNS는 큰 역할을 했다. 

미국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틱톡은 미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다(점유율 33%).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가 그 뒤를 잇는다. 틱톡은 Z세대인 10~29세 연령대로 한정 지으면 점유율이 62%로 껑충 뛴다. 즉 미국 청년 5명 중 3명은 틱톡 이용자라는 의미다. 미국 10~29세 틱톡 이용자 중 48%는 정치·시사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 틱톡을 이용한다.

일반 유저처럼 홍보

카멀라 해리스 후보 틱톡 계정 /@kamalaharris

한국 정치인들은 자기 메시지를 대중에게 퍼뜨리기 위한 SNS 채널로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편이다. 반면 미국 대선 후보들은 다른 SNS 플랫폼을 주로 활용했다.

해리스 후보는 Z세대 젊은 유권자를 겨냥해 틱톡을 주된 홍보 수단으로 삼았다.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이양받은 해리스는 바이든과는 다르게 개인 틱톡 계정을 개설했다.

해리스 후보 선거 캠프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팀에는 250명의 인원이 참여했다. 이 중 틱톡은 25세 로렌 캅을 필두로 5명의 청년이 이끌었다. SNS 홍보용 영상을 30분 안에 만들어 낼 만큼 해리스 캠프는 이들에게 간소화된 절차와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했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X(옛 트위터) 홍보팀은 12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게시물 하나를 올리기 위해 10개의 초안을 준비해야 했다. 해리스 캠프의 승인 절차가 상당히 간소화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코넛 나무 밈, 브랫 밈

미국 대선 후보의 전통적 SNS 홍보 방식은 영화적 편집이었다. 해리스 캠프의 틱톡 팀은 다른 사람들의 동영상을 다시 게시했고 밈(meme)과 사운드 바이트(sound bite, 화자의 음성 중 중요한 부분만 짧게 따서 쓰는 것)를 공유했다. 일반 유저들이 쓰는 방식으로 선거 홍보를 한 것이다. 그 결과 '코코넛 나무', '브랫(Brat)' 밈은 틱톡 등 SNS에서 해리스 후보를 톡톡히 부각했다.

해리스 후보의 코코넛 나무 연설을 활용한 2차 창작물들. 높은 조회수를 올렸다. /틱톡 사이트 캡처

코코넛 나무 밈은 2023년 3월 미국 백악관 행사에서 해리스가 한 연설 도중 탄생한 것이다. 해리스는 "너희가 코코넛 나무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하니?"라고 말하며 웃었다. 속이 흰 코코넛은 미국에서 해리스 같은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을 지칭한다. 해리스 후보의 웃음소리가 이상했다는 이유로 반대 세력으로부터 조롱받았다. 그러나 해리스로 후보가 교체된 후 Z세대는 이를 유머 소재로 활용했다. 

해리스 캠프는 이를 놓치지 않고 관련 영상들을 밈으로 발전시켰다. 또 해리스 후보의 지지자들은 코코넛 나무 연설의 사운드 바이트를 따온 2차 창작물로 틱톡에서 인기몰이했다. 

XCX의 "kamala IS brat" 사진 /@Charli_xcx 트윗 캡처

6월 24일 인도계 영국 팝가수 찰리 XCX는 엑스 계정에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브랫은 찰리 XCX가 같은 달 발표한 앨범 제목으로 '버릇없는 녀석'이라는 부정적 뜻이었다. 찰리 XCX는 틱톡 계정을 통해 브랫의 의미를 "약간 지저분하고 파티를 좋아하는 여성", "가끔 바보 같은 말을 하지만 직설적이고 솔직한 여성"으로 재정의했다.

해리스의 SNS 팀은 '코코넛 나무' 밈 때와 마찬가지로 이에 즉각 반응했다. 젊은 여성이 '버릇없지만 쿨한'이라는 반전 매력을 선망하는 점을 적극 활용했다. 해리스의 틱톡 계정은 브랫 앨범과 같은 라임 그린 색을 사용했고 브랫 밈을 퍼뜨렸다. 지지자들도 동조했다. 찰리 XCX의 노래와 해리스의 연설을 섞은 2차 창작물들은 틱톡에서 ‘좋아요’ 400만을 기록하기도 했다.

트루스 소셜의 한계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트루스 소셜 계정. X(옛 트위터)와 인터페이스가 유사하다. /truth_social_@realDonalTrump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과 X에서 퇴출당하자 'From the Desk of Donald J. Trump'라는 웹페이지를 운영했다. 그러나 이 웹페이지는 짧은 문구로 소식을 전하는 마이크로 블로그 형태여서 일방적인 소통만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을 설립했고 트루스 소셜을 내놓았다.

트루스 소셜은 주류 소셜 미디어의 대안으로 출시 된 만큼 소셜 미디어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는데 특히 X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X에서 콘텐츠 게시를 뜻하는 트윗과 콘텐츠 공유를 뜻하는 리트윗은 트루스 소셜에선 각각 진실(Truth)과 재진실(Re Truth)로 사용됐다. 트루스 소셜은 트럼프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지지층과 소통하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됐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탄생한 만큼 그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 많은 공화당 정치인과 보수주의자, 메겐 켈리, 벤 샤피로, 글렌 벡 같은 보수 팟캐스터는 트루스 소셜 계정이 없었다. 

일론 머스크와 X의 지원

일론 머스크의 트럼프 계정. 1500만명은 일론 머스크가 게시한 투표에 참여했다. /@ElonMusk

X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는 2022년 5월 파이낸셜타임스 주최 '퓨쳐 오브 더 카' 콘퍼런스 화상 연설에서 트럼프 계정 정지에 대해 "도덕적으로 잘못됐고 완전히 바보 같았다"라고 했다.

후속 조치로 머스크는 트럼프 계정 복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열었다. 1500만명 이상이 응답한 투표에서 51.8%는 트럼프 계정 정지 해제를 지지했다. 일론 머스크는 2022년 11월 19일 트럼프의 X 계정 정지를 해제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해제 이후에도 X에서 활동하지 않았다. 그러다 8월 본격적으로 X에 복귀했다. 이는 7월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바이든에서 해리스로 교체되면서 상승세를 보이는 민주당을 견제하고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의도였다. 

X를 인수한 머스크가 트럼프 공개 지지를 밝힌 점도 트럼프의 X 복귀에 영향을 줬다. 트럼프는 X 복귀 후 머스크와 함께 3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을 했는데 이 콘텐츠는 9000만 조회수를 올렸다.

AI 합성 이미지로 득표전

트럼프 계정의 테일러 스위프트 AI 이미지. 게시물 속에서 한 여성이 “swifties for trump”가 적힌 옷을 입고 있다. /Truth_Social_@realDonaldTrump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를 자주 사용했다. 이는 유권자에게 유머러스하게 다가간다는 점도 있었지만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8월 19일 트럼프가 트루스 소셜 계정에 올린 이미지가 문제였다. 세계적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그 팬덤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내용이었다. 게시물에서 트럼프는 이들의 지지에 "수락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AI로 만든 가짜 이미지였다. 이후 스위프트는 소셜 미디어에서 "AI에 대한 두려움과 잘못된 정보가 확산할 위험성을 느꼈다"라며 해리스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가 올린 또 다른 AI 이미지에는 해리스로 보이는 여성이 소련 군인들에게 연설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이미지는 해리스를 공산주의 성향으로 묘사하는 흑색선전에 가까웠다. 

트럼프 SNS팀은 다수 유권자가 테일러 스위프트 이미지와 연설하는 해리스 이미지를 가짜로 인식하더라도 온라인에서 득표 효과가 있다고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