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통수단 동등 이용은 국민 기본권···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토론회 개최

교통약자 고령자·임산부 등 종류 다양해 비장애인·장애인 만났다···토론의 장 열려 저상버스 의무 도입 경제적 이유로 어려워

2024-12-26     김민 기자
지난 24일 의원회관 신관 제3세미나실서 모두를 위한 이동의 자유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제정을 위한 국민 숙의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교통약자'란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1조에 따르면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의미한다. 흔히들 교통약자라고 하면 장애인만을 떠올리지만 더 많은 사람이 포함되는 것이다.

'이동권'은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그러나 여전히 교통약자의 이동권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동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들의 시위가 일어나면서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갈등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24일 의원회관 신관 제3세미나실서 모두를 위한 이동의 자유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제정을 위한 국민 숙의 토론회가 열렸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서로 교류하며 서로의 틈을 좁히는 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토론회는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사)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함께 열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행사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의 발제로 시작했다. 그는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의 변화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2001년에 시작돼 23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오이도 리프트 추락 참사'로 중증장애인이동권 투쟁이 촉발됐으며 이후 장애인들의 시위를 통해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고 저상버스 등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교통약자 이동권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저상버스를 의무 도입해야 하지만 예외 노선 승인 등으로 의무화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예외 노선의 경우 저상버스가 도입되지 않아도 된다. 

예외 노선을 관리하는 교통행정기관은 현재 저상버스의 행정 한계를 근거로 내세우며 의무 도입이 어렵다는 견해다. 박원일 전국버스연합회 안전지도부 과장도 사례 발표에서 저상버스 의무 도입이 어려운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박 과장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시내버스와 농어촌 버스의 일반형과 마을버스는 2023년 1월 19일을 기준으로 저상버스를 의무 도입해야 한다. 시내버스와 농어촌버스의 광역 급행형과 직행 좌석형, 좌석형은 2027년 1월 1일부터 의무 도입이 시행된다.

시외 고속버스는 장거리·고속 운행이라는 특성상 저상 버스 의무 도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휠체어 탑승 가능 버스 시범 사업'을 열기도 했으나 전체 기간 7270회의 운행 중 휠체어 탑승자 수는 25명으로 0.3%에 불과했다. 게다가 실시간 예매가 불가능해 3일 전에 예약해야 했고 비장애인 이용객의 불만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과장은 휠체어도 탑승할 수 있는 시외·고속 버스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로 '운행 시간 증가에 따른 경쟁력 약화', '기존 좌석 제거로 인한 수입 감소' 등을 들었다. 그는 "국토교통부의 시외·고속 버스 필수 노선 사업에서 검토가 필요하며 광역 콜버스 노선의 시외·고속버스를 확대를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동의 자유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제정을 위한 국민 숙의 토론회 참여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국민 숙의 토론회는 장애인을 포함한 토론 참여자들이 조를 나눠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참여자들은 공통으로 "장애인들의 이동권 요구가 장애인에게만 유리하며 비장애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은 잘못됐다. 모두에게 좋은 길이라는 걸 알릴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번 토론회는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회 사전 질문과 사후 질문을 비교한 결과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교통수단 중 교통약자의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교통수단에 시외고속버스를 답한 사람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일부 참여자는 토론회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토론 참여자 A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만남이 이뤄져 좋았다"고 말하면서도 "발제 시간과 토론 질문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논의가 부족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