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난 정용진 회장, 신세계 주가 '훨훨'···탄핵정국 속 대미외교 '키맨' 될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는 소식에 신세계그룹 주가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일제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신세계 주가는 13만5300원으로 전일 대비 1300원(0.97%) 상승했다.
신세계I&C는 전일 대비 2650원(18.87%) 오른 1만6690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룹 계열사 중 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 전날에는 전 거래일 대비 무려 3240원(30%) 오르기도 했다. 이는 최근 두 달 내 신고가다. 신세계I&C는 그룹 계열사에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지원하는 회사다. 백화점 포스시스템이나 간편결제 쓱페이 등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신세계푸드는 4만250원으로 전일 대비 700원(1.77%) 오르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40원(1.29%) 오른 1만1000원에 거래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을 국내 정·재계 인사 중 처음으로 만나 환담을 나눈 데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 16~21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자택인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무르면서 당선인을 만났다. 이번 만남은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정 회장은 수년 전부터 트럼프 주니어와 깊은 교분을 쌓아왔다. 정 회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정 회장은 지난 22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당선인이 현재 한국 상황에) 관심을 표했다"며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저력 있는 나라니까 믿고 기다려 달라, 우리는 빨리 정상으로 찾아올 것이다 그 얘기까지만 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의 '민간 가교 역할'과 관련해 기대를 묻자 정 회장은 "거기까진 생각 못 했다"며 "사업하는 입장에서 제가 맡은 위치에서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대해선 “특별하게 연락받은 바 없지만, 정부 사절단이 꾸려지는 대로 참여 요청이 오면 기꺼이 응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만남을 통해 신세계그룹의 미국 사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8년 이마트 미국법인인 PK리테일홀딩스를 설립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 55개 수퍼마켓을 운영 중이다. 이마트 미국 매출은 2020년 1조5873억원에서 지난해 2조90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1억원에서 352억원으로 늘었다. 또한 2022년에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이너리 셰이퍼빈야드를 약 3000억원에 인수해 프리미엄 와인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2기 정부는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무차별적인 공세와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국가들은 트럼프 정책 기조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유일하게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정 회장의 존재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이후 한국에 대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10∼20% 보편 관세 부과 공약도 한국에 예외 없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재 국내 정치 상황은 탄핵 정국에 빠지면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정상외교는 물론 대미(對美) 관계 전반에 걸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업인인 정 회장의 향후 역할에 시선이 더욱 쏠리는 모양새다.
한편, 한국경제인협회는 류진 회장이 내년 1월 20일에 예정된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초청을 받았다고 전날 밝혔다. 국내 재계인사 가운데 취임식에 초청받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류 회장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