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선업에 '수주 바람'···美 선박법 발의로 '기회의 돛' 펼친다
선박법, 10년 내 80척→250척 목표 中에 밀린 해상 안보··· 美 '위기의식' 동맹국 건조 선박 우선 고려 방침 한화오션, 법안 최대 수혜자로 주목
미국 의회가 자국 조선업 강화를 위한 '선박법'을 발의하면서 한국 조선업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협력 요청에서 나아가 건조와 수리까지 협력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미국 상·하원 의원 4명이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 및 항만시설 법(선박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전략 상선단을 확충해 자국 해운과 조선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사시 군수 물자 운송에 활용해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미국 상선단은 수입 재화의 2%만을 운송하며 80척 규모에 불과하다. 이번 법안은 이를 10년 내 250척으로 늘려 '전략 상선단'을 운영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중국에 밀린 해상 안보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의회가 해군력을 증강하기 위해 상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고 분석했다. FT는 "법안이 이번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있지만 조선업 강화를 위한 양당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내년 재발의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는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임명)이 상선이 전투 물자의 약 90%를 운송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군과 상선 역량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 조선업계가 이번 법안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법안이 한국과 미국 간 조선업 협력 범위를 기존의 MRO에서 상선 건조로 확대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만 전략 상선단에 참가 신청 자격을 부여하지만 미국 시민권을 가진 선주의 경우 외국에서 건조한 선박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 미국 조선소의 상선 수주 잔고가 29척에 불과한 상황을 고려할 때 외국에서 건조된 선박이 필수적이다.
또한 해당 법안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명시하며 이들 국가에서 건조된 선박을 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전략 상선단 소속 선박의 해외 수리비에 대한 세금 면제 규정이 포함돼 있어 국내 조선업체가 건조와 수리에서 모두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의된 선박법은 미국 선적 선박이 외국에서 수리될 경우 기존 수리비의 50%였던 세율을 70%로 상향 조정하고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수리한 경우 세율을 최대 200%까지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략 상선단에 포함된 선박이나 선주가 미국에서 수리를 시도한 경우 외국에서 수리했더라도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아직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 조선업계가 상선 건조와 수리 모두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국 조선업계는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빅3'를 중심으로 상선 건조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30~40%를 기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 조선업체 전반에 걸쳐 수주 기회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화오션은 이번 법안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며 국내 최초로 미국 조선소를 보유하게 됐다. 필리 조선소는 연안 운송용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며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과 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해 왔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은 미국 내 수리와 건조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며 법안의 혜택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도 미국 내 조선소 인수를 적극 검토 중이다. 미국은 외국 기업이 상선 및 군함 조선소에 투자할 경우 금융 지원과 고용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어 국내 조선업체들의 미국 진출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