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원대 vs 40만원"···'작은 사치' 열풍에 크리스마스 케이크 가격 천차만별

신라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 40만원 최고가 커피업계 8만원대 프리미엄 케이크도 인기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2만~3만원대 대형마트서는 1만원 미만~2만원대로 출시

2024-12-24     류빈 기자
서울신라호텔 홀리데이 스페셜 케이크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 /호텔신라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 연말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한 케이크를 찾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고물가로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적은 비용을 들여 높은 만족감을 얻는 작은 사치인 '스몰 럭셔리‘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크리스마스 케이크 수요도 양분화하고 있다. 고가의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품절 대란을 빚는가 하면 대형마트, 베이커리 업계 등에서는 9000원에서 1만원대의 가성비 홀케이크도 잇달아 출시해 소비자 부담 낮추기에 나섰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특급호텔에서 선보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해마다 가격이 인상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신라호텔, 웨스틴조선·조선팰리스호텔 등에서 10만~20만원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출시했으나 올해 가격이 오르면서 30만~40만원 케이크가 등장했다. 

올해 호텔업계에서 가장 비싸게 책정된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신라호텔의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 케이크’다. 판매가가 무려 40만원에 책정됐다. 지난해 30만원에서 10만원이나 오른 가격이지만 이미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이 케이크는 최고급 블랙 트러플 중 향과 맛이 가장 뛰어난 겨울 트러플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트러플 양을 지난해보다 25% 늘렸고 마시는 황금이라고도 불리는 프랑스 디저트 와인 샤또 디켐도 사용했다. 케이크 내부는 트러플 크림과 트러플 슬라이스, 밀푀유, 초콜릿 가나슈 등이 차곡히 쌓아 파인 다이닝 코스 요리처럼 모든 맛을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 다음으로 비싼 케이크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위시 휠' 케이크로, 판매가가 35만원이다. 지난해 해당 호텔 최고가 케이크 '메리고라운드(25만원)보다 10만원 더 올랐다. 하루 50개 한정 판매이지만 인기가 높다. 호텔 페이스트리 셰프들이 24시간 동안 정교한 세공 과정을 거쳐 완성한 케이크로, 대관람차 바퀴가 실제 회전하며 높은 예술적 완성도를 자랑한다. 대관람차 아래엔 초콜릿 박스가 숨겨져 있는데 두바이 초콜릿, 유자 진저, 슈톨렌, 뱅쇼, 카페 캐러멜 등 초콜릿 봉봉 5종으로 구성된다. 

그밖에 롯데호텔 서울 '트윙클 벨(18만원)', 파라다이스 시티 '시크릿 원더박스(17만원)', 포시즌스 호텔 서울 '윈터 원더랜드(14만원)' 등도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스타벅스  ‘조선델리 노엘 트리 케이크’ /스타벅스

호텔의 초고가 케이크는 워낙 비싼 데다 수량도 수십개로 한정돼 있어 많은 소비자들이 접하긴 힘들다. 이에 커피 업계에서는 호텔 케이크보다 가격이 낮지만 프리미엄을 표방한 케이크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는 조선호텔과 협업한 ‘조선델리 노엘 트리 케이크’를 선보였다. 지난달 25일 0시10분부터 예약 판매된 이 제품은 13분 만에 매진됐다. 가격은 8만9000원으로 역대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케이크 중 제일 비싸다. 

투썸플레이스는 '조니워커 블루라벨 케이크'를 8만5000원에 선보였다. 이 역시 투썸플레이스에서 출시된 역대 케이크 중 최고가다. 이 케이크는 고급스러운 풍미를 가진 조니워커 블루라벨 위스키가 녹아든 진한 골드 초콜릿 가나슈와 상큼하면서도 감미로운 블러드 오렌지 꿀리와 크림이 어우러진 독특한 맛을 선사한다.  

파리바게뜨 위시케이크 /SPC그룹

전통적인 베이커리 브랜드들도 인기다.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 등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1만~3만원대로 선보이며 가성비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SPC의 파리바게뜨는 크리스마스 오브제를 케이크로 구현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만~3만원대의 가격으로 산타·트리·털모자 등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오브제를 실감나게 표현한 세로로 긴 형태의 입체케이크를 선보였다. 방울이 달린 하얀 털모자 모양의 ‘위시케이크’는 3만5000원으로 크림으로 털실의 질감을 정교하게 구현했다. ‘위시 케이크’ 모양에서 착안해 만든 실제 털모자 굿즈인 ‘WISH 화이트 비니’도 선보여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얀 트리위에 금색의 별이 장식된 ‘윈터베리 타르트’와 ‘위싱트리케이크’, 빨간 옷을 입은 산타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산타요정 케이크’ 등도 3만원대에 선보여 반응이 좋다는 설명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홀리데이 위시스(Holiday Wishes), 꿈의 소원 상점’을 테마로 시즌 케이크를 선보였다. 주요 제품으로는 샤이닝 화이트초코 3만4000원, 트윙클 망고 트리 3만8000원, 러블리 홀리데이 1만9000원, 윈터 좋아! 스노우맨 2만8000원 등이 있다.

뚜레쥬르는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인 '캐치! 티니핑' 캐릭터를 활용한 케이크도 선보였다. 이 케이크는 3만7000원으로 달콤한 초코 케이크 위에 상큼한 딸기 케이크를 올려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하츄핑 피규어를 장식해, 반짝이는 행성 위에 서 있는 하츄핑을 표현했다. 하츄핑이 직접 읽어주는 영상편지를 제작할 수 있는 쿠폰이 동봉돼 있다.  

홈플러스 몽블랑제 크리스마스 케이크 /홈플러스

대형마트에서는 알뜰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위해 1만원 미만부터 2만원대 케이크를 다양하게 선보였다. 판매량도 급증했다.

신세계푸드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지난달 30일부터 20일까지 3주간 전국 이마트 내 베이커리 ‘블랑제리’, ‘E베이커리’ 매장에서 9980원으로 선보인 ‘몰티즈 딸기 롤케이크’의 누적 판매량이 1만5000개를 돌파했다. 특히 13일부터 SSG닷컴에서 진행 중인 사전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신세계푸드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최대 성수기인 23~24일까지 현재 판매추세가 유지된다면 지난해 같은 가격(9980원)으로 선보였던 ‘꽃카’ 케이크의 판매량 2만5000개를 넘어선 3만개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다.

홈플러스의 베이커리 브랜드 ‘몽블랑제’는 1~2만원대에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선보였다. 로드숍 제품 대비 약 40%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빛나는 추억의 순간을 몽블랑제 케이크와 함께 하세요’를 콘셉트로 기획한 이번 시즌 상품은 사전예약 행사가 기준으로 ‘딸기몽땅 생크림 케이크’(2호, 2만4430원)와 ‘딸기 초코 생크림 케이크’(2호, 2만930원)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초코 피스타치오 생크림 케이크(2호, 2만930원), 산타의 티라미수(2호, 2만230원), 크리스마스 치즈 케이크(2호, 1만8830원) 등 다양한 신제품도 출시했다. ‘홈플러스 메가 푸드 마켓’ 일부 점포에서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대형 8호 사이즈 ‘메가 딸기몽땅 생크림 케이크’를 4만8930원(멤버십 회원 30% 할인가)에 점포당 30개씩 한정 판매한다.

고객 반응도 뜨겁다. 지난달 28일 시작한 크리스마스 시즌 케이크 사전예약 행사 첫 주말(11월28일~12월1일) 케이크 품목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76%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