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국민의힘은 고민 중!
[신율의 정치In] 탄핵 가시화될 경우 운명 대선 어떻게 치를 것인가 보수 합리성 보일 노력해야
국민의힘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가뜩이나 고민이 많을 판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라는 엄청난 일을 저질러 놓았으니 국민의힘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안고 있는 고민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윤 대통령의 탄핵이 가시화될 경우 당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 둘째 다음 대선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하는 부분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런 고민을 차근히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바로 비대위원장 선출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이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한동훈 전 대표의 축출이었다는 점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인 중 가장 빠르게 계엄 선포의 부당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이의 저지를 선언했던 정치인이다. 그런 인물을 내쳤을 때부터 국민의힘의 스탠스는 꼬이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공당(公黨)이라면 오히려 한동훈 전 대표 덕분에 체면을 차리게 됐다고 생각하며 한동훈 체제에 더욱 힘을 실어 줘야 했다. 그런데 그런 인물을 내치고 자기들끼리 누구를 비대위원장으로 하느냐를 고민하고 있으니 마땅한 인물을 찾기 힘들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자신들이 한동훈 대표를 내칠 때 내건 명분을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스탠스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도 모를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20일에 발표한 자체 정례 여론조사(12월 17일부터 1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은 24% 민주당은 48%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는데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과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당시의 새누리당 지지율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다. 2016년 12월 둘째 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2016년 12월 6일부터 8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새누리당 지지율은 1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이 이 정도 수준에서 버티는 이유는 보수층이 국민의힘의 현재 스탠스를 지지하기 때문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학습 효과 때문에 국민의힘이 버텨야 한다는 보수층의 절박감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민의힘이 또 하나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은 위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중도층의 비중이 계엄 선포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중도층이 국민의힘도 싫지만, 민주당도 좋게 생각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상황이 이러면 국민의힘은 이런 중도층의 지지를 받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보수층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 습득한 학습효과로 인해 국민의힘이 어떤 방향의 스탠스를 잡든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판단하에서 국민의힘은 차기 비대위원장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만일 ‘찐윤’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정치인을 비대위원장으로 선택하고 그런 인물이 ‘계엄은 잘못된 일이지만 탄핵은 반대한다’라는 해괴한 논리를 설파한다면 국민의힘의 미래는 상당히 어두워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의 여론에 부응하는 인물 중에 한동훈 전 대표 정도의 인물을 찾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것이 국민의힘의 딜레마다.
현재 각종 언론보도를 보면 윤 대통령 계엄 선포 당시와 관련한 각종 사실이 새록새록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을 바라는 여론은 점점 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치란 국민 눈높이에서 하는 것이라고 할 때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강성 지지층만을 바라보며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자신들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계몽’하려 들어서도 안 된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한국 보수 정치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는 점을 자각하며 보수의 ‘합리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