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돌봄 필수품' 복지용구, 수급자 80% "사용 안 해"
복지용구 이용자 증가세지만 실사용률 저조···적합성 부족 "유통·가격 구조부터 바꿔야"
정부에선 노인이 이동 변기, 목욕 의자, 보행기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복지 용구를 구매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수급자 80%는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 급여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취지와 달리 실효성을 못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사용하지 않는 복지 용구가 1개 이상 있는 수급자는 80%가 넘는다. 해마다 증가하는 복지 용구 지급 건수와 급여비용을 고려했을 때 공적 급여로 제공되는 복지 용구 미사용 문제는 심각한 제도적 허점을 드러낸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급자 중심의 서비스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복지 용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기타 재가급여의 한 종류로 수급자의 일상생활·신체활동 지원과 인지기능의 유지·향상에 필요한 용구다. 65세 이상 노인 또는 노인성 질환으로 6개월 이상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자 중 재가급여 또는 가족요양비 지급 대상자로 판정되면 제공받을 수 있다.
복지 용구는 수급자가 복지 용구 사업소를 방문해 급여 가능 여부 확인 후 체결한 계약에 따라 구입 또는 대여의 방식으로 지급된다. 복지 용구 사업소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지정받은 장기 요양기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이후 복지 용구 급여 이용자와 급여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급여 건수는 2008년 2만2423건에서 2023년 322만4675건으로 약 143배 증가했다. 급여 비용 역시 동 기간 약 23배 이상 증가했다. 복지용구사업소는 2008년 594개소에서 2023년 2071개소로 약 3.5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양적 성장 결과에 비해 제도 수요자인 수급자, 가족의 만족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가급여를 이용하고 있는 수급자 343명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복지 용구 이용 실태 및 복지 용구 사업소에 대한 만족도와 요구도 연구’에 따르면 복지 용구 급여를 받은 대상자 중 현재 사용하지 않는 복지 용구가 1개 이상 있는 경우가 80.3%였다. 그 이유로는 ‘필요하지 않아서’ 40.6%, ‘사용이 불편해서’ 29.2%, ‘사용 효과가 없어서’ 14.1% 순으로 언급됐다.
이는 수급자에게 적합한 복지 용구가 매칭되지 않은 점으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복지 용구의 유통구조와 가격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봤다. 복지 용구 유통·수입사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현재 복지 용구는 대부분 방문요양 사업자가 개입해 수급자를 연결해 주고 있다. 그리고 상당수의 방문요양 사업자가 수수료를 요구하는 구조로 돼 있어 시장에서는 이용자에게 맞는 제품이 소개되기보다 마진이 좋은 제품이 유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문요양 사업자는 복지 용구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 현장에서 복지 용구를 추천하는 요양보호사 역시 교과 과정에 복지 용구에 대한 내용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복지 용구가 적절한 매칭이 되지 않는 것은 현재 장기 요양 보험 서비스가 제대로 매칭되지 않는 것과도 연결돼 있다. 결론적으로 장기 요양 보험 서비스의 서비스 조정자가 없다는 게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가격 체제인 복지 용구 가격 구조도 문제로 제기된다. 복지 용구 유통·수입사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개호보험 내에서도 복지 용구는 자율 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시장의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국내는 일반 서비스와 동일하게 가격을 건보에서 정하는 구조라 대부분 제품 개발보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제품 역시 기존 가격에 맞는 기능이 있는 제품만을 등록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장기 요양 보험 도입부터 그대로인 복지 용구 사용한도액 160만원으로 인해 제품 사용에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급자에게 적정한 복지 용구가 적용되려면 먼저 복지 용구 전문가 양성 과정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장기 요양 보험 체제에서 복지 용구 급여제도가 운영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장기 요양 보험의 전체적인 운영이 공단 중심이 아닌 서비스 경쟁이 통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