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당 대표에 과도한 비난···개혁신당 이준석, 논란 일자 급선회
허은아 李 측근 경질로 내홍 주어 없는 비난글 SNS 올려 "당을 위해 좋지 않다" 진화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대선 기대감 속 개혁신당에 돌연 내홍이 불거졌다. 이준석 의원이 허은아 대표를 저격한 메시지를 내놔 파문은 커지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허 대표는 이 의원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철근 사무총장을 16일 전격 경질했다. 이에 따라 정재준 전략기획부총장, 이경선 조직부총장, 곽대중 당대표실 보좌역도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김 사무총장이 허 대표에게 보고도 없이 사무총장 권한 확대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을 시도한 게 결정적인 경질 사유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개혁신당 당직자 노동조합은 17일 '선사후당'이라며 허 대표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당내 갈등이 표면화되자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알아서 고립무원의 지위에 놓인 사람이 결자해지 해야죠"라며 "어떻게 그렇게 단시간에 당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배척당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히며 당직자 노조 편에 섰다.
이어 "자기가 사고쳐놓고 누구한테 뒤집어 씌우냐, 사무처 당직자들이 오죽 열받았냐"라는 비난을 덧붙였다. 허은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주어도 목적어도 없는 글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이 의원에 대한 지지가 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허은아 대표, 김철근 전 사무총장 중 누구를 저격한 건지 알 수 없다" "주어 없이 글 쓰는 건 본인도 싫어하는 것 아니였나"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준석 의원은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나와 '주어가 없는 상태로 올리신 글은 허은아 대표를 향한 거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제가 누구를 특정하고 이렇게 하고 이런 걸 제가 하면 안 되는데요. 그게 어쨌든 당에 저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기 때문에 누가 누구를 무슨 나쁜 사람 만들어서 내보내겠다 이런 것은 다 반대였고"라고 답했다.
나쁜 사람 만들기를 피하기 위해 당사자 주어를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지만 실제 '사고쳤다' '뒤집어씌웠다' '열받았다' 같은 표현은 지나쳤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이 의원의 국민의힘 탈당과 신당 창당에 의원직까지 던지며 함께 해온 허 대표에게 신중하지 못한 언행이었다', '본인도 국민의힘에서 쫓겨났으면서 당대표에 대해 나가라는 듯 말하는 게 맞냐'는 지적이다.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이 의원을 겨냥 "소위 자당의 ‘대선주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자기가 속한 작은 당의 갈등 하나 조율할 의지를 보이지 못해 ‘니가 알아서 푸셈’ 하고 툭 던지는 걸 유권자들은 어떻게 이해할까?"라며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수많은 복합갈등은 어떻게 대할지 의문을 갖지 않을까? 게다가 그 대상이 다른 이도 아니고 국민의힘 때부터 천아용인이니 하며 같이 해온 핵심동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허 대표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의 페이스북엔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국힘을 배신하더니 전과 4범에 형수에게 욕하는 자와 동조 세력인지?", "승무원으로 서빙하다 너무 어려운 일을 맡은 거 같아 짠하기 그지없네", "허튼짓하지 마세요 전당대회도 찜찜한 거 어물쩍 넘어간 거 같은데, 또 당 혼란스럽게 하면 버려질 겁니다" 등 개인의 과거를 엮은 내용이다.
허 대표가 선출된 지난 5월 개혁신당 전당대회에 잡음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2위를 기록한 이기인 최고위원은 전대 사흘 뒤 "숨은 반칙이 좀 있었고 곳곳에서 파열음이 많았다"고 작심 발언했다. 이에 허 대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전대 당시 이준석 의원이 이기인 최고위원을 밀었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이 의원은 허 대표가 당선되자 '조졌네, 어차피 저거 얼마 못가'라고 말했다는 설까지도 나왔다"며 "허 대표는 이런 내용의 제보를 비서실장으로부터 보고 받아 알고 있었다. 그동안 둘 사이에 갈등이 보이지 않았지만 현재의 사태는 예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사자의 체면을 생각하여 구체적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는 상황이고, 그런 것 하나하나가 노정되는 것은 당을 위해 좋지 않다"며 "그래서 저도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억제하고 있다. 하지만 거짓해명이나 비판의 화살을 돌리기 위해 불필요한 개인에 대한 악마화 등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게 정정해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