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계기 "커피 3000잔" 쐈다···집회 선결제 새로운 문화로

여의도 업주 "매출, 상권 회복 도움" '000' 이름 대고 받아가 홍보 효과 참가자 혜택 봤지만 갑질 등 잡음도

2024-12-17     김민 기자, 서은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일인 지난 14일 조국혁신당 대표가 선결제한 국회 앞 카페에서 시민들이 커피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대규모로 열리면서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 음식점과 카페 등에 선결제 행렬이 잇따랐다. 이에 앞으로 대규모 시위 때 선결제 문화가 정착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선결제 문화가 해당 매장 매출에 도움이 되고 자영업자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2024년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새롭게 나타난 선결제 문화는 주변 가게의 대량의 커피나 상품 등을 미리 구매하고 시위 참여자들이 무료로 이를 누릴 수 있게 만드는 간접적인 시위 지원 방식이다. 일부 가게들의 경우 불친절한 응대, 폭리, 배달 영업 우선시 등의 태도로 논란을 만들기도 했으나 친절한 서비스로 칭찬을 받은 가게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던 '남대문 커피'를 들 수 있다. 남대문 커피의 사장 A씨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결제 문화를 호평했다. 그는 "대략 평일에 하루 400잔 정도가 나가는데 그날 들어온 선결제가 3000잔이었다"라며 "거의 일주일 정도의 물량이 하루 만에 나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여의도 쪽은 주말에는 손님이 잘 없었지만 지난 토요일은 달랐다. 하루 만에 당일 선결제 건을 다 내보낼 수 있었다"라고 했다. 대형 시위 때의 선결제 문화가 주변 상권에 도움이 되는지 묻는 말에도 "사실 시위가 일어나면 주변 환경이 어수선해져 크게 좋을 게 없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선결제가 들어오면 도움이 많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선결제 문화에서 개선하면 좋은 점도 얘기했다. 그는 "선결제 시 SNS에 '000'이라고 말하면 줄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요청대로 이름 대시는 분에게만 드리려 하니 문제가 생겼다"며 "어떤 분은 30만원어치를 계산하셨는데 아무도 요청한 이름을 대며 찾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름을 얘기한 분한테만 드려야 하느냐고 따로 확인하는 일이 벌어졌다"라며 "이제는 선결제 요청이 오면 이름을 대지 않는 분들한테도 드려도 되냐고 묻는다. 그렇게 하는 게 전체 금액하고 나가는 것만 점검하면 돼 훨씬 편하다"라고 덧붙였다.

선결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비단 A씨만의 의견은 아니다. 역시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카페 '커피소녀'의 사장 B씨도 선결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결제가 매출에 도움이 됐다"라며 "여의도처럼 주말에 사람이 많지 않은 상권에서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국회 앞에 위치한 한 카페 출입문에 '이어질 집회에 나눔 지원 계속하겠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대규모로 열리면서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 음식점과 카페 등에 선결제 행렬이 잇따랐다. /연합뉴스

다만 선결제 문화가 여의도와 국회의사당의 전체 상권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A씨는 "시위대가 접근하기 좋은 곳에 있는 카페·식당들에 선결제가 많았다. 서여의도 쪽은 선결제가 없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또한 집회 규모가 탄핵안 가결 이후 대폭 줄어들어 이른바 '집회 특수' 효과가 단기간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결제 문화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여러 잡음이 일어나기도 했다. SNS에서는 일부 매장들의 갑질 후기도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당산역 6번 출구 김밥집 가서 '혹시 선입금 수량 다 나갔나요?' 물었는데 직원이 내가 선결제한 사람인 줄 알고 '그런 건 너희가 세어서 컷해야지. 왜 우리한테 묻냐'라고 하더라"며 "선입금한 사람이 그걸 어떻게 알고 세고 있냐. 몇 명이 빠졌는지 가게가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돈은 미리 받고 왜 눈치 주는지 이해 안 된다"라는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