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사다리 차기'···전기차·배터리 시장 출혈 경쟁의 서막
3만 달러 이하 저가형 '모델 Q' 출시 테슬라, 현대차 제치고 국내 시장 톱2 IRA 개정·저가형 모델···'시장 장악 전략' 전문가 "배터리 업계 타격 불가피해"
테슬라가 내년 상반기 저가형 모델 출시를 예고하면서 전기차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을 검토하면서 전기차 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내년 상반기 3만 달러 이하의 저가형 전기차 모델 Q(가칭)를 출시할 예정이다. 차량 전장은 4m 미만의 소형 해치백 디자인으로 예상되며 IRA 전기차 세액공제를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2만9999달러(약 4200만원), 세액공제 폐지 시에는 3만7499달러(약 5370만원)로 전망된다. 이는 테슬라 보급형 모델 '모델 3'(4만4130달러)보다 6000달러 이상 저렴하다.
테슬라가 저가형 모델 출시를 서두르는 이유는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중국 BYD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BYD는 지난해 친환경 차 375만7336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한 693억 달러(약 97조원)를 기록하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했다. BYD는 내년 초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도 예정하고 있다.
테슬라의 저가형 전기차 출시는 국내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에서 신규 등록된 테슬라 전기차는 총 2만8498대로 2017년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2만 대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2만8463대로 테슬라가 단 35대 차이로 앞서 있다. 남은 한 달 동안 순위를 유지한다면 테슬라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를 제치고 톱2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는 내연기관차 수준의 성능을 갖춘 전기차 대중화 모델로 시장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소형 전기 SUV인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과 기아 EV3는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신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를 대폭 늘렸다. 특히 EV3는 유럽연합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가 600㎞ 이상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트럼프 2기 정권 인수팀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인수팀 내부 문건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은 전기차 및 충전소에 대한 정부 지원 축소와 함께 중국산 자동차·부품·배터리 소재 차단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대 7500달러 규모의 세액공제 폐지가 포함돼 있어 전기차 판매와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국내 배터리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수팀은 배터리, 핵심 광물, 충전 부품 등 '전기차 공급망' 전반에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내용을 내부 문건에 포함했다.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경우 관세 부과 등을 통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주장했다. 또한 적대국에 대한 전기차 배터리 기술 수출 제한, 미국산 배터리 수출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지원 확대, 관세를 '협상 도구'로 활용해 해외 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 수출을 촉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러한 정책은 테슬라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전 산업 세액공제 철폐'를 주장한 것은 출혈 경쟁을 유도해 전기차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는 테슬라의 전략적 움직임과 국내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에 미칠 파장을 주목했다. 이호근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테슬라는 차종 4개만으로 최대 2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고 보조금이 폐지되더라도 차당 약 1만 달러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며 "반면 GM과 포드는 각각 4500달러와 2500달러 수준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쳐 테슬라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개척이 쉽지 않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이면 ESS 수요도 감소해 한국 배터리 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정책 완화와 한미 FTA 등 기존 협정을 활용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배터리 산업의 타격 가능성에 주목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으로의 전환 등 비교적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배터리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미국의 정책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관세 부담을 늘려 한국 배터리 업계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