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소방수' 유동성 다량 투입···"성장 동력 없어 물가 상승 염려"
시장 불안 잠재우려 현금 풀고 규제는 완화 美 금리 추가 인하 예상···韓도 인상 어려워 성장 없이 물가 상승 '스테그플레이션' 우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시장에 퍼졌던 불안감이 잦아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당국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금융업계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시장 안정화에 힘을 쏟고 있어서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18일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하향 조정된 만큼 한국은행도 내년 1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국의 적극적 유동성 공급과 규제 완화, 금리 인하가 물가상승률을 다시 높일 것이란 부정적 시각도 나온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탄핵안 가결 이후 금융 상황을 점검하고 시장 경직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 원장은 "은행 완충자본 비율 규제 및 유동성 비율 산출 기준에 있어 글로벌 규제 수준과 비교해 합리적 수준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보험업권 신 건전성제도(K-ICS) 관련해 금융 환경 급변동 시 적용 가능한 경과 조치의 적극적 활용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금융당국은 시장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유동성을 적극 공급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주간 RP 매입을 통해 금융시장 자금조달에 나섰다. 이날 최용훈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블로그를 통해 "(사태 발발 이후) 14조1000억원 규모의 비정례 RP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단기에 회수될 예정이긴 하나 한은의 RP 매입이 원-달러 환율과 인플레이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량의 화폐가 시중에 풀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2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러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로 유동성을 투입하는 것이 우려된다는 해석이다.
오는 18일(현지 시각)에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떨어트린 4.25%~4.50% 수준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하다. 미국 고용시장이 안정적인 상황이고 물가 둔화 흐름이 다소 약화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미국의 금리 인하와 경기 침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1월 개최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한번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IB 8곳이 제시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기준 1.8%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단기적 유동성 공급 확대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 전문가는 여성경제신문에 "당국의 유동성 공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금융시장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며 "경제 성장 동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화폐 가치도 떨어지는 스테그플레이션이 올까 염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