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계엄령을 경고 메시지로 쓴 대통령의 치기 국정 마비 야기한 거대 야당의 국회 폭주 국민 볼모로 한 정치 도박은 심판받을 것

2024-12-16     김현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지난 7일. 탄핵이 부결된 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당사 앞 시민이 모여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김현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반국가 세력의 국정 마비를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계엄령을 발동해 이를 고발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러 근거도 댔다. 병력 동원은 제한적이었고 실탄 지급도 없었다고 했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발효한 것도 진짜 나라를 뒤엎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경고의 의미가 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의도가 아무리 급하고 절실했다 하더라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권은 그야말로 최후의 카드로 쓰여야 할 극약 처방이다. 국민에게 경각심을 일으키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이 현 시국을 그렇게 엄중하게 봤다면 비상계엄 후에 했던 것처럼 대국민담화를 계속할 수 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서버가 미심쩍었다면 이를 공개적으로 직격해서 여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하도록 하는 게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 모든 절차를 다 건너뛰고 군대를 동원해 국회에 난입하고 선관위를 턴 행위는 어떤 의도였던 초헌법적이고 초법적인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 본인 역시 이런 행위에 대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이제 대통령에 대한 처벌은 헌법재판소와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에 맡기면 된다. 정치적으로는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럼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수사가 이뤄지면 이번 사태는 모두 종결되는 것일까? 

거대 야당은 감사원장과 검사를 탄핵하고 대통령실과 검찰, 경찰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치안활동비 등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행정부를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다. 1심에서 징역형의 유죄 판결을 받은 야당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 탄핵으로 국가의 기능이 마비될 지경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한데 이를 이유로 외부 해킹 위협에 대한 정부의 보안 점검마저 거부한다면 국민의 투표권과 선거의 공정성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 독립성은 정당한 운영을 위한 방패이지 외부 위협을 방치하기 위한 면죄부가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 같은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헌법적 한계를 넘은 계엄령 선포와 거대 야당의 무리한 국회 운영, 이 두 가지 문제는 결국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모두 국민을 정치적 도구로 삼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계엄령으로 국민의 불안을 자극했다. 야당은 행정부를 무력화하며 국정 운영에 혼란을 더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이 느낀 혼란과 분노는 단순한 정치적 손익계산서를 넘어선다. 언제까지 국민이 여야 극단 정치세력의 볼모로 희생돼야 하나.

대통령 탄핵 후 야권은 마치 정권 교체를 이룬 것처럼 도취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과 야당 대표의 지지율이 요지부동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초헌법적이고 초법적인 비상계엄으로 한순간에 정치를 코미디로 만든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다고 해서 국민이 그동안 야당이 보여온 입법 폭주까지 용인하고 지지한다고 믿는다면 큰코다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