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국면이 韓경제 미치는 영향 과거·현재 차이점은 '수출·글로벌경쟁'

2004·2016년 우호적 대외여건 성장 뒷받침 여·야·정 합의 통해 경제상황 적극 대응 필요

2024-12-16     박소연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심리를 받는 세 번째 현직 대통령이 됐다. 과거 두 차례 탄핵 국면이 경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이번에는 대외 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인 만큼 정치 갈등 기간이 길어질 경우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의 한국 경제 상황은 2004·2016년 탄핵 국면과 비교했을 때 수출 및 글로벌 경쟁 등 대외 여건에서 차이를 보였다.

한은이 지난 15일 발표한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및 대응방향'에 따르면 과거 두 차례 탄핵 국면 시기 주가는 투자심리 악화로 하락했다가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단기간 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04년에는 수출 호조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을 배경으로 전년도에 이어 상승 추세가 이어지다가 중국의 긴축 전환 등으로 상당폭 조정됐고 2016년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로 장기간 상승 추세를 지속했다.

국고채 금리(3년물)는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헌재 결정까지 대체로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 2004년에는 헌재의 탄핵 기각 이후 국고채 금리가 하락했다. 이는 헌재 결정보다는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와 이에 따른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주로 기인한다.

신용스프레드는 2004년은 축소 추세를 이어갔으며 2016년은 소폭 상승하다가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하락 전환했다. 환율은 2004년의 경우 수출 호조 및 미 연준의 완화기조 등으로 전년에 이어 원/달러 환율이 강세 흐름을 보였다. 2016년 말 이후에는 미 신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에 따라 약세를 보이다가 강세로 전환했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과거 탄핵 사태는 소비심리를 다소 위축시켰지만 전체 성장률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했다. 2004년에는 상반기 중 수출 호조로 성장세가 확대됐지만 하반기에는 대외수요 둔화 및 IT 경기 하강 등으로 수출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성장세가 둔화했다. 2016~17년에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 및 내수 회복을 기반으로 대체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

외국인 주식 투자의 경우 채권투자는 탄핵 국면 해당 월에 일시적으로 부진했지만 이후에는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지속했다. 2004년에는 경기회복 기대 및 기업 실적 호조 등 요인이, 2016년은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 완화 등이 순 투자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간소비는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탄핵안이 가결된 분기를 중심으로 일시 둔화지만 이후 부진 완화 또는 개선 흐름을 지속했다. 2004년에는 신용카드 사용자들의 파산이 급증했던 이른바 '카드사태' 이후 부진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에는 수출 호조 및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빠르게 개선됐다.

정리하면 과거 탄핵 국면에는 2004·2016년은 일정 부분 우호적인 대외여건을 바탕으로 수출 개선을 통해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반면 이번에는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및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대외 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다.

한은은 이러한 해외요인이 국내요인과 중첩될 경우 경제적 영향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여·야·정 합의를 통해 경제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편 한은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시장 안정 조치를 가동한 이후 매일 TF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과거 탄핵 국면과 현재 상황을 비교 분석해 발표하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은은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재차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