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내수 부진에 경기개선 발목"···정부와 '온도차' 여전

반도체 등 ICT 분야 선방했지만  건설업 부진에 내수 회복 발목 기재부는 "경기 회복 흐름 지속" 

2024-12-10     유준상 기자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홈플러스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선방에도 상품 소비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수 회복이 발목 잡혀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1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을 중심으로 경기 개선세가 제약되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KDI는 5달 연속 내수 회복이 제약되고 있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이달 역시 "상품 소비 부진이 지속되고 서비스 소비도 완만한 증가세에 머무르는 등 소비는 미약하고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수 회복이 제약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진단과 온도 차를 보인 셈이다.

10월 전산업 생산은 2.3%로 조업일수 확대 등으로 광공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증가했지만 건설업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월 대비론 0.3% 포인트(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10월 제조업 재고율(106.8%→112.7%)이 상승하고 평균가동률(73.4%→72.5%)은 하락했지만 상당 부분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전월 대비론 출하는 4.2% 감소했는데 반도체의 분기 초 출하 감소 경향이 반영됐으며 평균가동률 하락은 자동차 부품사 파업 등에 따른 일시적 생산 차질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광공업 생산(-1.4%→6.3%)은 반도체(17.5%)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계절조정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부품사 파업 등으로 자동차(-6.3%)가 감소하면서 전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 생산(-0.5%→1.9%)은 금융⋅보험업(-0.7%→3.6%), 보건⋅사회복지업(1.2%→2.7%)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고 건설업 생산(-12.9%→-9.7%)이 전월에 이어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10월 설비투자(7.3%→5.8%)는 반도체 관련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며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다만 일반 산업용 기계(12.0%→-4.8%), 전기 및 전자기기(-8.4%→-5.5%), 기타기기(-12.8%→-4.2%) 등 반도체를 제외한 기계류는 감소세를 지속했다.

10월 소매 판매(-2.4%→-0.8%)는 조업일수 확대로 승용차(0.7%→12.6%)가 큰 폭으로 늘었지만 가전제품(-5.9%), 통신기기 및 컴퓨터(-15.4%), 화장품(-15.5%) 등 다수의 품목에서 부진함에 따라 감소세를 지속했다.

숙박⋅음식점업(-1.2%),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0.6%) 등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에서 생산이 감소했다. 이에 따른 서비스 소비도 숙박·음식점업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낮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10월 건설기성(-12.9%→-9.7%)은 조업일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건축 부문(-15.7%→-12.0%)은 주거용과 비주거용 모두 부진하면서 전월에 이어 크게 감소했고 토목 부문(-4.3%→-1.9%)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건설기성은 6개월 연속 감소하며 위축된 모습이다. 일부 선행지표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시차를 두고 건설투자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주택 인허가(28.9%)와 주택 착공(10.0%)이 증가하는 등 선행지표에서 개선 흐름을 확인했지만 선행지표의 개선이 건설투자로 반영되는 데는 상당한 시차가 소요될 수 있어 당분간 건설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KDI는 물가 상승세의 둔화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물가는 상품 물가를 중심으로 낮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미약한 내수 흐름에 따라 향후 근원물가 상승세도 둔화 흐름이 예상된다.

국내 주택시장에 대해선 비수도권의 수요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도권의 가격 상승세도 둔화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월 대비 10월 주택 매매가격(0.17%→0.07%)과 전셋값(0.19%→0.16%)의 상승세 둔화 흐름이 이어졌고 대출 규제 강화로 수도권 매매가격(0.39%→0.22%)의 상승폭과 거래량(2.6만 호→2.5만 호)이 축소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세계 경제 전망과 관련해선 미국의 양호한 성장세와 기준금리 인하로 완만한 성장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이후 글로벌 통상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경기 하방 압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KDI는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증가세가 점차 조정되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통상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만큼 내수기업과 수출기업 업황 전망이 모두 하락세를 나타낸다"고 전했다. 

한편 KDI의 이 같은 평가는 정부의 경기진단과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8월호에서 "견조한 수출·제조업 호조세에 설비투자 중심의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을 보이며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올해 5월 '내수 회복 조짐'을 처음 꺼낸 뒤 넉 달 연속 긍정 평가를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