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정신병원 '격리·강박' 사망 사고···열악한 인력 구조가 만든 비극

인력 부족·낮은 수가가 원인 "예산 확충이 유일한 해결책"

2024-12-09     김정수 기자
정신병원에서의 격리·강박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인력 부족과 보호사의 비공식적 역할이 이 같은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장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인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운 현실을 호소하고 있다. /챗GPT

정신병원에서의 격리·강박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인력 부족과 보호사의 비공식적 역할이 이 같은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장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인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운 현실을 호소하고 있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신병원에서의 격리·강박으로 인한 사망 사고는 최근 몇 년 사이에도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 지난 5월 방송인 양재웅이 운영하는 경기 부천의 한 정신과 병원에서는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한 30대 여성이 17일 만에 사망했다. 그는 사망 직전 의료진으로부터 자·타해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격리·강박 조치를 받았다.

2022년 1월에는 강원도 춘천의 한 정신병원 격리실에서 251시간 이상 강박 상태로 있던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법원은 지난달 21일 해당 병원 측의 책임을 인정하며 2억2641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이 법령과 지침을 위반해 필요 이상의 강박을 연속적으로 시행한 점을 지적했다.

정신병원에서의 격리·강박 문제는 의료 인력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은 환자 수에 따라 당직 의료인을 배치해야 하지만 일부 기관은 자체 기준에 따라 간호사 대신 간호조무사나 자격이 없는 보호사를 활용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정신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보호사 3282명 중 간호조무사 자격증 소지자는 21%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별도의 전문 자격 없이 환자의 안전관리와 간호 업무 보조에 투입되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에 게재된 한 수도권 정신과 병동 보호사 구인 내용 /잡코리아 캡처

보호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호사는 간호 업무를 보조하고 환자의 안전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들의 구체적인 업무나 자격 요건은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정신병동 보호사를 구인하는 공고 대부분도 자격 조건이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시 병원의 관리 책임은 모호해지고 보호사의 개인적 일탈로 책임이 전가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영희 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인력 부족과 낮은 의료수가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러한 구조부터 바뀌지 않으면 (격리·강박 사망 사고 등) 해결되지 않는다. 해외 여러 국가와 비교했을 때 국내 정신의료기관 환자 1인당 입원 수가는 처참하다. 병원 매출 중 정신과는 적자 과 중에서도 압도적 꼴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신병원에서의 격리·강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 확충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정신의료기관의 낮은 의료수가는 필수 인력 충원이 어려운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보호사와 의료진의 업무와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고 관련 법령을 강화해 환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자 격리·강박의 기준과 절차를 재정비하고 의료 인력 충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희 위원장은 "국회에선 강박을 원천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국가도 강박을 금지하는 나라는 없다. 현장 상황을 모르는 개정안이다. 강박을 금지하면 의료기관에서 자·타해 위험성이 있는 급성기 정신질환자를 받지 않을 것이고 가족, 당사자만 손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