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수사 동시다발 혼란···기관 컨트롤타워 부재 정국 변수로

검·경·공수처 신경전 상위 기관 조율 없어 野 "검찰은 빠져라"

2024-12-09     이상무 기자
박세현 서울고검장(왼쪽부터),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이재승 공수처 차장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두고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까지 제각각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통상적으로 수사가 혼선을 빚을 경우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등 상위 기관이 조율했지만 현재 윗선 책임자가 수사 대상인만큼 '컨트롤 타워' 부재가 정국을 어지럽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오전부터 경기 과천 소재 국군방첩사령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관련한 자료를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날 새벽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조사한 뒤 긴급 체포했으며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 군 지휘부 조사에도 착수했다. 또한 특수본이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도 따로 김 전 장관의 공관과 집무실,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 국수본 우종수 단장은 "수사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며 대통령 긴급체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입장을 내비쳤다.

공수처 역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체포할 가능성에 대해 "모든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한 수사 방침을 강조했다. 공수처는 이첩 요구권을 행사하며 사건의 수사를 자신들이 이끌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지만 검찰과 경찰은 기존 수사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야권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검찰 출신인 만큼 검찰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은 박근혜 정부 당시 계엄기획 총책이자 김용현의 육사 동기인 온 조현천을 무혐의로 만든 전과가 있다"며 "내란 수사에서 검찰은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검찰은 내란죄 수사에서 당장 손을 떼고, 국가수사본부는 공수처와 긴밀히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공수처는 사건을 넘겨받으면 검사 15명, 수사관 36명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인원이 한계점으로 지목된다.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군 파견 인력 등 62명 규모의 특수본을, 경찰은 150여명 규모의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을 꾸린 상태다.

앞서 법원은 공수처가 지난 6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과 체포 영장 등을 청구했지만 기각했다. 법원은 '동일 또는 유사한 내용의 영장 중복 청구' 등을 이유로 수사의 효율 등을 고려해 각 수사기관(검찰, 공수처, 경찰 등) 간 협의를 거쳐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등 상당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란 관련 상설특검과 일반 특검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수사를 넘겨받아 교통 정리가 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이 짜여진 게 없는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현재 각 기관이 경쟁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비상 사태 수습 국면을 기회로 삼는 것"이라며 "혼선 상황이 길어지면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려워져 정치권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경찰이 (이 사건에)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법률상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찰청법 해석상 가능한지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다"고 했다.

이어 "세 수사 기관에서 동시에 수사권 관할 경쟁을 벌이다 보니 재판 절차의 적법성이나 증거 능력의 적법성으로 바로 직결되는 문제"라며 "형사재판을 맡고 있는 법관들이 굉장히 신중하고 무겁게 이 사건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