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윤 대통령의 기괴한 판단
[신율의 정치In] 비상계엄 사태 많은 의문점 외교 분야 성과 스스로 망쳐 與 정략적 사고 대응 말아야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정말 많은 의문을 남겼다. 그중 가장 큰 의문점은 도대체 왜 계엄을 선포했는가 하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은 정국이었다. 12월 12일에는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작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갑자기 계엄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는 환경 조성 가능성을 일거에 걷어찬 것이다. 또 다른 의문은 계엄을 발표하자마자 가장 먼저 선관위에 군이 진입한 부분이다.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에도 수 차례의 비상계엄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군대가 선관위에 난입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의문이 되는 것이 왜 윤 대통령은 선관위 점령을 지시했을까 하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에 동조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만일 이런 분석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정신세계가 정말 기괴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의문점은 평생 법률가로 살아왔던 윤 대통령이 헌법적 독립 기관인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다는 것이 위헌인 줄 몰랐을까 하는 점이다. 만일 알고도 이런 행위를 했다면 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권력 도취 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고를 하는 사람은 절대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세 번째 의문점은 비상계엄 선포를 해도 정말 대한민국의 외교에 이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가 하는 점이다.
한동안 대통령 지지 이유 1위는 외교였다. 이렇듯 대통령의 외교를 지지 이유로 꼽은 국민이 많았던 이유는 문재인 정권 시절의 이른바 이념 지향성 외교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 시절 멀어졌던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윤 대통령이 복원했기 때문에 그나마 윤 대통령 지지율을 유지하게 했는데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교 분야의 성과를 스스로 망쳤다.
방한 예정이었던 스웨덴 총리는 방한을 사실상 취소했고 영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우리나라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일본도 우리와의 셔틀 외교를 취소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반응이다. 미국 국방장관은 본래 우리나라와 일본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우리나라는 오지 않고 일본만 방문하기로 했다.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 3일 "중대한 우려(grave concern)를 갖고 최근 한국의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고 한 데 이어 4일에는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badly misjudge)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정도의 언급이 나온다는 것은 미국이 그만큼 우리나라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미국은 윤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로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왕따 국가’ ‘이상한 나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상황은 당연히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제가 망가지면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했던 국민의힘이 모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국이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 이후 "한국의 민주적 제도와 절차가 헌법에 따라 온전하게 제대로 작동할 것을 계속해서 촉구한다"라고 말한 것은 지금의 혼란을 수습하는 유일한 방법은 탄핵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지금처럼 제도에도 없는 책임 총리제를 말한다면 지금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하루빨리 제도에 의해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해야만 국제 사회는 우리가 안정을 되찾았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래야만 경제도 제대로 돌아갈 것이다. 이를 위해 여당에 바라는 점은 이런 비상 상황에서 정략적 사고 혹은 이념 지향적 사고를 하고 상황에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제발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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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