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 더봄] 코나투스와 성공의 심리학
[김승중의 슬기로운 인간관계] 성공과 고립을 가르는 차이: 동기부여 기술
생명의 본질적인 특성은 욕구(Desire)이다. 욕구는 존재의 지속과 번영을 위해 충족되어야 할 내적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이다. 생명체는 적응적으로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며 지속적으로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무생물은 외부 조건에 따라 반응할 뿐이지 내재적인 욕구나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무생물 중에서도 인공지능이나 고도의 로봇은 때때로 욕구와 유사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내재적 욕구가 아니라, 외부에서 설계된 목적에 따른다. 생명체의 욕구는 스스로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발현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간 역시 본질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욕구를 충족하려는 존재이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이를 코나투스(Conatus)라 불렀다. 코나투스는 스스로 존재하려는 노력을 의미하며, 모든 유기체가 자신의 생명과 번영을 유지하려는 동기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행동은 코나투스에서 비롯되며,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선택하는지의 근본 원리가 된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인간중심이론에서 사람은 Actualization Tendency(자기실현 경향)를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로저스는 인간이 자기 잠재력을 실현하고, 성장하며, 스스로를 최상의 상태로 발전시키려는 내재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욕구는 단순히 생리적 필요를 넘어 정서적 안정, 관계성, 자율성, 그리고 자기실현으로 나아가는 전인적인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욕구는 인간 행동의 근본적인 이유이자 인류 문명 발달의 동력이다. 따라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킬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오버스트리트 교수는 '이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를 얻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외로운 길을 걷는다'라고 했다(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 재인용).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원리를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전략을 사용할 수 있을까?
알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
첫째는 우리의 본능적인 자기중심성(Egocentrism)이다. 욕구가 생명의 핵심 동력이므로 당연히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관점과 욕구를 우선시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장하고 얻는 데 집중하게 만들며, 타인의 욕구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방해한다. 모든 전쟁이 발발한 이유이고, 직장에서 팀장이 직원이 원하는 것을 살펴서 동기부여 하기보다 자신의 목표를 강조하는 경우가 그러하고, 가정에서도 부모가 자녀의 감정보다 자신의 기대를 강요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 이유이다.
둘째는 우리의 경쟁적 사고 방식(Competitive Mindset)이다. 경제학은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지만,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시작한다. 우리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자원(시간, 돈, 인정 등)이 부족하다는 가정은 타인의 욕구보다 자신의 욕구를 먼저 주장하게 하고 경쟁하게 하고 다투게 만든다. 더욱이 정보기술의 빠른 발달로 인해 우리는 점점 더 즉각적인 반응과 단기적 성과를 우선시하게 되었고 상대방의 욕구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을 소홀히 하게 되었다.
셋째는 우리의 제한된 지식(Limited Perspective)이다. 우리는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상대방의 욕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으며, 명확히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의도적으로 숨기는 경우도 많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배우자 간에도 문득 속마음을 도무지 모르겠다고 느낄 때가 있다. 탐구하지 않는다면 알기 어렵다.
무기력이라는 닻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으나 그것이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무기력이다. 무기력은 발버둥 쳐도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한다는 체념의 상태를 말한다.
저명한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반복적인 실패 경험으로 인해 "어떤 노력을 해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라고 믿는 심리적 상태를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 하였다. 이 상태에 빠지면,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력감을 느끼며 행동을 포기하게 된다.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는 일본에서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6개월 이상 집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고 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과거에는 청년층(15~39세)을 주로 지칭했지만 최근에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히키코모리도 증가하며 연령대가 확대되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교류를 최소화하며 집 안에 머무는 경향이 있는 젊은이들을 은둔 청년이라고 하는데 2023년 보건복지부의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19~39세 청년 중 약 5%에 해당하는 54만 명이 고립 또는 은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간절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효능감을 키우는 환경 조성하기
학습된 무기력의 반대말이 있다면 자기효능감이다.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은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가 제시한 개념으로, "자신이 특정 상황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행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의미한다. 자기효능감은 실제 능력과는 상관이 없는 믿음이다. 그리고 우리는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을 때 행동한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동기부여 하고자 한다면 그들이 자기효능감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작은 성공 경험을 자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실현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했을 때 구성원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큰 도전 과제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자신감을 키우는 데 기여한다.
둘째, 긍정적인 피드백과 격려를 활용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피드백은 구성원의 노력을 인정하고, 향후 행동을 개선할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노력한 과정에 대한 인정은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셋째, 롤모델의 활용이 효과적이다. 비슷한 상황에서 성공한 사례를 관찰하면 구성원들은 자신도 같은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얻는다. 마지막으로,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는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실패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학습과 성장의 기회로 바라보는 문화를 조성하면 구성원들은 도전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함께 윈윈하는 방법 찾기
자신의 욕구를 주장하기 전에 상대방의 욕구를 이해하려는 태도는 단순히 이타심의 표현이 아니라, 서로의 욕구를 조화롭게 충족시키며 지속 가능한 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접근이다.
먼저는 공감적 경청이다.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고 적극적으로 경청하며,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욕구를 명확히 할 수 있다. 그리고 욕구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의 욕구를 이해했다면, 이를 바탕으로 두 사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토대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대학교의 심리학 수업 시간에 교수는 학생들에게 풍선을 하나씩 나누어주고 풍선 위에 각자의 이름을 적게 한 후 힘껏 불고는 빵빵해진 풍선을 모두가 동시에 공중으로 던지게 하였다. 풍선들은 방향키가 고장 난 로켓처럼 이리저리 어지럽게 날아다니다가 교실 어딘가에 떨어졌다. 그때 교수는 5분의 시간을 주고는 자기 이름이 적힌 풍선을 찾으라고 하였다.
교실은 자기 풍선을 찾으려는 학생들로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5분 동안 한 사람도 자기 풍선을 찾지 못하였다. 교수는 이번에는 아무 풍선이나 집어서 거기 적힌 이름을 보고 그 주인에게 전해주라고 하였다. 그러자 순식간에 모든 학생이 자기의 이름이 적힌 풍선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화인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실험하면 그리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는 내가 만나는 사람의 상황과 욕구를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는 습관을 지니면 어떨까? 조직의 관점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건강하게 자기의 욕구를 추구하고 서로 돕는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21세기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강한 조직을 만드는 전략이 아닐까?
Arouse in the other person an eager want. 상대방에게 열렬한 욕구를 불러일으켜라.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 원칙 3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