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감소·고환율 타격 입나"···'비상계엄' 여파에 유통가 긴장 고조
강달러 기조에 수입 물가 상승 우려 내수 비중 큰 식품업체 부담 가중 '관광객 감소' 면세점 매출 부진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45년 만에 선포한 비상계엄과 해제 사태 이후로 정국이 불안해진 가운데 내수 부진 우려가 깊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는 식품, 뷰티, 패션 등 K-산업도 긴장 태세를 보이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물가 여파 속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면서 소비 위축은 물론, 식품업계에서는 고환율 여파에 따른 수익률 감소,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후 원·달러 환율은 1440원을 돌파했다가 현재는 1410원대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4일(1419.2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강달러 여파가 있던 상황이라 원화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
우선 고환율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 식품·외식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다. 밀가루, 팜유 등 라면·스낵류 등에 쓰이는 주요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해오는 상황에서 환율이 오르게 되면 수입 가격이 올라 수익성이 하락하게 된다. 수익성 하락은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낮고 내수 비중이 큰 업체는 더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하림산업은 연간 사업보고서를 통해 환율이 10% 오르면 연간 회사 이익이 약 31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동원F&B는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환율이 10% 상승하면 연간 세전 이익이 약 5억원 감소할 것으로 봤다. 해외 매출 비중이 10% 수준인 오뚜기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미 달러화 대비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세전이익 감소액이 118억원 수준일 것으로 분석했다.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농심 등은 K-푸드의 인기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 강달러 호재를 볼 수 있다. 다만 삼양식품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원자재 수입 비용에 대한 부담은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환율 상승으로 수출로 상쇄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밀가루, 팜유 등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는 여전히 부담”이라면서 “식품업계에서는 원재료 수입을 최소 3달 전에는 미리 진행하는 데다 이미 갖고 있는 여유분도 있기 때문에 당장은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이 크지는 않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고환율로 인한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 감소도 국내 유통업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 이후 세계 주요국이 한국 여행을 경고하면서 관광·유통업계가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실제로 일본 단체 여행객부터 한국 방문 취소 사례가 생겼고, 외국인 관광객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에는 '안전 문의'가 잇따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부터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는 면세업계도 관광객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 상품 매입 부담이 커져 면세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외국인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히는 CJ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등도 당장의 영향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들 매장 중 외국인 매출이 큰 명동과 홍대, 성수에 있는 매장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염려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 현상으로 오프라인 매장들이 어려운 상황을 겪다가 올 연말이 돼서야 반짝 특수를 노리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추세인데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내국인들 소비 심리까지 위축될까봐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