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의료 개혁 핵심 실손보험 개편 "官 주도 비급여 관리로 생태계 바로잡아야"
비급여 보고 범위 확대·표준 가격 공개 의료 생태계 유지, 핀셋 정책 조정 강조 김경선 연구위원, 과잉 진료 가능성 '多' 실손 신상품 요율 5년→3년 단축 제안
"비급여 진료 항목으로 인한 필수 의료 붕괴와 의료비 증가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제는 기존 틀을 넘어 공·사 건강보험의 협력을 통해 비급여 관리와 실손보험 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할 때입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원장은 5일 열린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공·사 건강보험의 사회안전망 역할 강화와 재정 건전성 확보를 통해 균형 잡힌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서울 종로구 코리안리 빌딩 대강당에서 열린 행사는 '비급여 관리 정책 방안'과 '실손의료보험 현황 및 개선 과제'를 주제로 진행됐다. 보험연구원이 주최하고 안철경 원장이 개회사를 맡았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비급여 관리 정책 방안' 발표를 통해 비급여 의료서비스의 문제점과 정책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비급여 항목이 건강보험의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혼합 진료와 비급여만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체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의료법 제45조의2 개정에 따라 비급여 보고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1개월 단위 자료만 제출되면서 정확한 관리가 어렵다"고했다. 의료법을 개정해 비급여 보고자료 범위를 확대하고 분기별로 모든 비급여 전산 자료를 제출, 비급여 항목과 표준 가격을 환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방안도 함께 언급됐다.
이 교수는 "보건복지부 내에 비급여 관리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학회별로 비급여 항목의 표준 가격을 결정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복지부에 역할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비급여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기존 의료 생태계를 유지하며 필요한 부분만 세심하게 조정하는 핀셋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 현황 및 개선 과제'를 주제로 실손보험의 역할과 지속 가능성을 점검하며 △비급여 관리 △보건정책과 연계한 상품 개편 △요율 정상화 등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9.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2%보다 높으며 1인당 의료비도 연평균 7.7% 증가해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의 전체 지급보험금(11조 9000억원) 중 10대 비급여가 31%(3조 7000억원)를 차지했으며 물리치료·비급여 주사제·발달 지연과 관련한 비급여 지급보험금도 최근 4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 지급보험금에서 물리치료,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증식치료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4세대 실손보험에서도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염좌 및 긴장 환자의 비급여 과잉 진료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4세대 위험손해율은 2021년 61.2%에서 올해 131.4%까지 상승하며 3년 만에 114.7%가량 뛰었다.
그는 "실손보험 신상품의 최초 요율 조정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며 발표를 마쳤다.
이어지는 패널 토론에서는 석승훈 서울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고영호 금융 위원회 보험과장 △권병근 손해보험협회 이사 △안수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와 실손보험 구조 개선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