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회, 계엄군에 깨진 창문 여전···한밤중 극한 대치 후폭풍은

尹 계엄령에 정국 대혼돈 국회 곳곳엔 파손 흔적 시민 "놀라서 잠도 못 자"

2024-12-04     서은정 인턴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 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창문이 계엄군에 의해 파손돼 있다. /서은정 기자

느닷없이 발동된 '비상계엄'의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4일 국회 곳곳에는 깨지고 부서진 흔적들이 여전하다. 전날 밤 계엄군이 진입한 초유의 사태에 국회 안팎은 어수선하다.

이날 새벽까지 의원·보좌진과 계엄군 간의 대치가 벌어진 긴박한 현장은 아직 정리되지 못했다. 바리케이드와 부서진 출입문, 깨진 유리창 등 간밤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태풍이 한차례 휩쓸고 간 모양새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비상계엄' 사태로 파손된 국회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4일 '비상계엄' 사태로 국회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서은정 기자

국회 안팎에서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규탄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오전에는 국회 본관 앞에서 야당이 개최한 비상시국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시민들은 "계엄 철폐하라", "윤석열을 끌어내자", "윤석열을 체포하라" 등 규탄 구호를 외쳤다.

국회 곳곳에는 유튜버를 비롯한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이 카메라를 봉에 높이 매달고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은 국회 정문을 통과해 계속해서 본관 앞에 모이고 있다.

4일 오전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야당이 개최한 비상시국대회가 열리고 있다. /서은정 기자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난 한 시민 A씨는 "어젯밤에 놀라서 잠도 못 잤는데 일단 국회 앞으로 모였다"며 "계엄령 관련해 사람들이 관심 클 때, 빠르게 탄핵을 진행해야 한다. 지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여기(국회)에 이재명도 있고 유명한 정치인 여럿 와있다"며 "밥도 안 먹고 (집에서) 나왔다. 김밥 하나 급하게 포장해 왔다. 탄핵으로 뜻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4일 오전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한 시민이 탄핵 관련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서은정 기자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간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 경내에는 두 차례에 걸쳐 계엄군 약 280명이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국회의사당에서 발생한 위헌·위법적인 행위와 이로 인한 물리적 피해·손실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어 "오늘부터 국방부 직원과 경찰 등의 국회 청사 출입을 전면 금지한다"며 "국회의원 신변 보호와 국회 기능 확보를 위한 긴급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국회 외곽 경비를 총괄해 온 국회 경비대장의 국회 출입 역시 우원식 국회의장에 의해 이날부로 금지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투입된 무장 계엄군은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보좌진, 시민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적극적인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아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일부 보좌진은 군경의 제지로 다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국회 측 관계자는 파손된 국회 경내를 재정비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추산하는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오는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개최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경찰의 국회 진입 차단, 서울경찰청장의 진입 차단 명령 등 각종 의혹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