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해제 금융당국·한은 '대응 태세'···유동성 공급 총동원
10조 규모 증안펀드 즉시 가동 준비 시장교란 행위 차단 역량 집중 주문 한은 비정례RP 매입 대상·기관 확대 4대 금융 회장 주재 리스크점검 회의
금융당국은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시장 안정 조치가 즉각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을 비정례로 매입해 단기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
4일 금융위원회는 김병환 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장, 금융 공공기관 등 유관 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 요구에 따라 해제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채권·자금시장에는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회사채·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하겠다"며 "금융회사 외환 건전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증권금융을 통한 외화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환율 상승에 따른 마진콜 위험 등에도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에는 시장 질서 교란 행위를 차단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주문했다. 각 금융협회에는 건전성 강화와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를, 정책 금융기관들에는 서민, 소상공인, 기업들에 대한 자금 공급 대응을 요청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전 1시 30분 이복현 원장 주재로 긴급금융 상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 원장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각심을 갖고 만반의 대응 태세를 갖춰 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계엄선포 직후 해외 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이 일부 변동성을 보였지만 이후 KB뉴욕지점에서 1억 달러 규모의 양도성예금증서(CD) 3개월물을 가격 변동 없이 성공적으로 발행하는 등 시장 변동성은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임시 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화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한은은 이날부터 비정례 RP 매입을 시작해 단기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 RP매매 대상 및 기관을 확대하고 필요시 전액 공급 방식의 RP 매입과 채권시장 관련 국고채 단순 매입, 통안증권 환매를 충분한 규모로 실시한다.
한은은 통상 RP 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데 RP 매매에 사용될 수 있는 담보 채권의 종류를 늘리고 매매 가능 기관 자체를 확대하면 그만큼 단기 유동성 공급이 수월해진다.
RP 매매 대상 증권에는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9개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 농업금융채권, 수산금융채권, 은행법에 따른 금융채 등도 추가했다. 기관 범위는 국내 은행과 외국은행 지점 전체, 투자매매업자와 투자중개업자 전체, 한국증권금융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한국은행법 제64조 및 제80조에 의거한 대출이 필요한 경우 금통위 의결을 거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또한 원활한 지급결제를 위해 금융기관의 순이체한도 확대 및 담보 설정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한다.
한편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도 이날 일제히 비상계엄 사태 관련 회장 주재 긴급회의를 열고 관련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신한금융은 시장 유동성 공급 등 안정화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IT 보안 유지 점검과 임직원 간 유기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시장 대응, 업무 점검, 고객 응대, IT 등 사고, 직원 소통 등을 당부했다. KB금융은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 전반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