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재밌다" 계엄령에 신난 국민과 국군 장병의 대치···계엄령 6시간 현장
국회·대통령실 중심 시민 몰려들어 군용 차량과 일부 시민 충돌하기도 1980년 계엄령 이후 45년만 처음
"대박 너무 재밌다." 여의도가 장마당이 됐다. 약 45년 만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현장은 '그때'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4일 오전 1시경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앞, 정차한 군용 차량 두 대를 시민들이 둘러쌌다. 스마트폰을 꺼내든 일부 취객은 "재밌다"며 차량을 촬영했다. 군용 차량엔 국군 장병 3명이 각각 두 대의 차량에 나뉘어 탑승했다.
차량을 가로막은 한 시민이 "이건 아니잖아. 차 멈추고 나오라"며 군용 차량 앞부분을 손으로 내리쳤다. 차에 탑승한 부사관과 병사로 추정되는 국군 장병은 원칙상 국민과 싸울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은 차량을 이동시키지도 못한 채 약 1시간가량 시민들에게 둘러싸였다. 한 시민은 군용 차량의 문을 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해당 시민 A씨는 욕설을 섞어가며 "내리라"고 얘기했다.
국회의사당 정문 앞 차도는 시위 깃발을 든 단체, 일반 시민, 기자, 유튜버 등으로 섞여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시민은 영상을 촬영하며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심지어 오토바이를 타고 폭주하는 일명 '폭주족'도 노래를 틀고 난폭 운전을 했다.
의사당대로 인근 편의점은 때아닌 손님맞이에 정신이 없다. 이곳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는 "손님이 몰려들었다. 갑자기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손님들이 계엄령이라고 해서 그제야 알게 됐다"고 했다.
수많은 인파가 여의도에 몰렸지만 경찰 병력은 국회 정문에 집중됐다. 시민을 통제해야 할 경찰 병력은 여의도 국회 주변 인파 속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날 오후 11시 50분. 대통령실이 위치한 서울 용산구는 차량 정체가 시작됐다.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신용산역~삼각지역~이태원역으로 향하는 길은 아비규환이었다. 한 운전자는 "야근 후 집에 가는 길이다. 무슨 봉변인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택시를 타고 대통령실 앞 전쟁기념관에서 하차한 한 시민은 "택시에서 내리자 검은 옷차림의 남성이 '누구냐'고 물었다. 계엄령이 선포된 줄 몰랐을 때였는데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인근을 지나던 외국인은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페인에서 지난주 한국을 찾은 이 외국인은 "영화에서만 보던 일을 실제로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오후 11시경 '반국가 세력 척결'을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사령부는 당일 즉시 대한민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포고했다.
국회가 4일 오전 1시쯤 비상 계엄령에 대한 해제 결의안을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약 4시간이 지나자 윤 대통령은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비상계엄에 투입됐던 병력이 4일 오전 4시 22분부로 원소속 부대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현재까지 북한의 특이 동향은 없으며, 대북 경계 태세는 이상 없다”고 덧붙였다.
비상계엄령은 1979년 이후 45년 만이다. 당시 비상계엄 조치는 10·26 사건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이뤄졌다. 전국으로 비상계엄이 확대된 것은 1980년 5월 17일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에 의해서였다. 신군부는 시국 수습을 앞세워 비상계엄을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했다. 비상계엄은 1981년 1월 24일까지 유지됐다. 이때 이후로는 계엄령이 선포된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