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노인 사망해도 한국 요양원 '멀쩡'···국가 관리 스웨덴은 달라

기관 지정 유지, 1심서 승소 법원 "지정 취소는 불합리해" 전문가 "감독없는 사각지대"

2024-12-03     서은정 인턴기자
노인 요양원에서 내부 학대 행위로 입소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더라도 요양기관 운영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챗GPT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이 학대로 사망해도 요양원 지정 취소는 지나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른 입소자들의 부담을 고려해야 하고 기본적 보호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전문가는 정부 역할이 적은 한국만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송각엽 부장판사)는 사회복지법인 A종합복지원이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요양기관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복지원은 경기 파주시에서 입소 현원이 약 80명(정원 112명)에 달하는 한 노인 요양원을 운영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2월 이곳에서 생활 중이던 노인이 다른 입소자와 요양보호사로부터 학대당하다 입소 약 3주 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요양원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총 8차례 중 2차례의 학대만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요양원 관계자들은 이 같은 학대 행위를 목격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망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방범카메라에 찍힌 폭행 장면을 직접 요양원 사무국장에게 보여준 이후에야 노인보호 전문기관에 피해자에 대한 신체적 학대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은 요양원장과 요양보호사, 간호과장 등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고 은평구청 등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구청은 지난해 8월 종사자 등의 입소자 폭행과 보호 방임을 이유로 해당 요양원의 노인 장기 요양기관 지정을 취소했다. 지정이 취소되면 요양원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A 복지원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복지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종사자가 입소자를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요양원이 관리·감독을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요양원 측은 학대 예방 교육 등을 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실효성이 없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요양원이 평소 피해자에 대한 보호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려운 데다, 기관을 아예 운영할 수 없도록 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의무 위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다며 구청의 처분을 취소했다. 구청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에 대해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가 요양 등급만 정할 뿐 그 외의 역할은 따로 하지 않는다"며 "노인요양시설이 견제와 감독이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등급별 지원액이 적으면 시설은 적은 인건비로 이윤을 남겨야 하기에 학대나 방임의 위험성이 커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의 경우 어르신과 그 가족은 직접 요양시설과 계약을 맺지 않고 (우리나라로 치면) 구청 사회복지과나 동사무소에서 시설을 추천받는다"며 "이 같은 경우 문제 발생 시, 개인이 국가기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또 해당 시설은 차후 국가와 계약할 수가 없기에 오히려 다양한 측면에서 더 나은 요양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사회복지 전달 체계가 전국 단위로 이뤄지고 있고 현장(시설)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감독기관이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만 대응하고 있다"며 "관련해 현장에서 각각 어떤 게 얼마나 필요한지 정확하게 파악해 각각 필요에 맞게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여성경제신문에서는 제3회 해미백일장을 공모하고 있습니다. 요양보호사의 애환과 보람과 감동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환자를 돌보며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해미백일장에 요양보호사님의 많은 응모 바랍니다. 아래 포스터를 클릭하면 응모 페이지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