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르쉐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타고 일본 달리기
구마모토에서 도쿄까지 1300㎞ 배터리 80% 충전에 18분 걸려
포르쉐가 최초로 선보인 전기차 ‘타이칸’이 데뷔한 지 5년이 지났다. 최신 모델인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가 등장했다. 전통적인 스포츠카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던 전기차 모델, 과연 ‘포르쉐다움’을 지킬 수 있었을까.
일본 구마모토의 아마쿠사에서 도쿄 도라노몬까지 1300㎞를 달렸다. 포르쉐의 전기차가 장거리 여행에서 어떠한 성능과 편의성을 제공하는지 직접 체감하는 기회였다.
신형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기존 타이칸 4도어 살룬과 차별화된 왜건 스타일의 차체를 갖췄다. 루프 라인을 연장하고 후면에 리어 게이트를 추가한 디자인은 넉넉한 적재 공간을 제공했다. 뒷좌석을 접지 않고도 446ℓ의 러기지 용량을 확보했다. 좌석을 접으면 최대 1212ℓ까지 확장됐다.
외관은 전면과 후면의 라이트 및 범퍼 형상이 다듬어져 깔끔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PORSCHE’ 로고는 입체감 있는 디자인으로 변경되었고 앰비언트 조명과 무선 충전 기능 등이 기본 사양으로 추가됐다.
성능 면에서는 눈에 띄는 발전이 있었다.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의 배터리 용량은 기존 93kWh에서 105kWh로 증가했다. 주행 가능 거리는 최대 678㎞로 확대됐다. 급속 충전 기술이 향상돼 배터리 충전 시간을 10%에서 80%까지 약 18분으로 단축시켰다.
여행은 구마모토 아마쿠사에서 시작됐다. 출발 전 충전 상태는 98%였고 주행 가능 거리는 523㎞로 표시됐다. 드라이브의 첫 목적지는 오이타 벳푸로 일반도로와 고속도로를 경유해 약 230㎞를 이동했다. 와인딩 도로로 유명한 아소산과 쿠주연산을 지나며 타이칸 특유의 안정성과 정밀한 핸들링을 경험할 수 있었다.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의 스티어링 반응과 에어 서스펜션은 마치 포르쉐의 전통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듯한 감각을 제공했다.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 승차감은 장거리 운전에서 피로를 덜어주었다.
벳푸에 도착한 후 오사카까지는 페리를 이용했다. 전기차를 위해 마련된 선상 충전기를 사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며 여유롭게 바다를 가로지르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오사카에서 도쿄로 향하는 약 480㎞의 구간은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가 고속도로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달릴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배터리 충전 상태가 100%일 때 주행 가능 거리는 544㎞로 표시되었다. 이 구간에서도 추가 충전 없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정 중 사용된 ‘포르쉐 터보 차저’는 약 30분 만에 배터리 80%를 충전할 수 있는 빠른 충전 속도를 자랑했다. 충전 네트워크는 일본 전국적으로 포르쉐 센터 및 주요 랜드마크 시설에 설치되어 있어 전기차 운전자들에게 신뢰를 제공했다.
신형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스포티함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모델이었다. 와인딩 도로에서는 포르쉐 특유의 민첩함과 파워풀한 가속 성능을 느낄 수 있었고 장거리 여행에서는 넓은 적재 공간과 편안한 승차감이 돋보였다.
이 모델은 전기차라는 틀을 넘어 장거리 여행부터 도심 주행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포르쉐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전기차 시대에 맞춘 완성형 모델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한 여정이었다.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단순한 전기차를 넘어 ‘포르쉐다움’을 새롭게 정의하는 모델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