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친구 만들려면 ‘간택’ 기다려야···“인간관계 어렵다”
[청년이 보는 세상] “말 걸어줄 때까지 기다린다“ 학교 혼자 다니는 학생 많아 익명 커뮤니티가 '대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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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강릉원주대 '모바일 뉴스의 이해' 수업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를 연재합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이 수업을 지도하는 허만섭 강릉원주대 교양교육부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 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바뀌는 시기, 많은 학생은 걱정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보내던 익숙한 친구들을 떠나 대학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이들에게 큰 숙제로 다가온다.
요즘 대학생 사이에서는 ‘간택‘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사전적 의미는 조선시대 임금이나 왕자, 왕녀의 배우자를 고르는 행위다. 최근엔 길에서 고양이를 주워 오는 행위 혹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해 친구로 삼는 행위를 일컫는다.
‘간택’ 문화는 인간관계의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요즘 대학생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보통은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요즘 내향적인 대학생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다들 간택하기보다 간택되기를 원한다. 필자가 접한 여러 대학생은 “상대가 먼저 친구로 사귀자고 다가와 주지 않으면 대인관계를 잘 못 맺는다”고 말한다.
체육학과 재학생 이씨(24)는 내향적 성격을 가졌다. 새내기 때는 먼저 다가와 주던 동기가 있어서 친구로 지냈다. 하지만 군 복무 후 복학하니 친구 대부분이 사라졌다. 이씨는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할 것 같은데 자신이 없다”고 했다.
전자공학과에 다니는 이씨(20)도 “학교에서 가만히 멍때리고 있을 때 몇몇이 다가와 줬다. 그때 친구를 사귀게 됐다. 그러나 이런 간택도 운이 좋아야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함께 수업을 듣는 공간에서도 인간적 관계를 맺지 못하고 혼자 다니는 학생이 많다. 이들은 점심도 주로 혼자 해결한다. 경제금융학과 재학생 유씨(21)는 이런 유형에 해당한다. 유씨는 “재수하던 시절 남들과 거리를 두게 됐다. 계속 아싸(아웃사이더)로 살아갈 듯하다”라고 말했다.
천문우주학과 한씨(21)는 운이 없게도 한 번도 간택되지 못했다. 한 씨는 “대학에 들어와 만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한다. '나랑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친구들과 웃으며 학식을 먹고 싶다”라고 했다.
한 유튜버는 쇼츠 영상에서 요즘 대학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고등학교 때는 머리에서 생각나는 드립이 바로바로 나오고 욕하고 웃고 서로 그런단 말이지. 근데 대학에서는 괜히 이상한 사람이 될까 봐 너무 몸을 사리니까 대화 주제가 과제, 강의 이런 거야”라고 말했다.
실생활에서는 간택하지도 못하고 간택되지도 않는 대학생들은 주로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를 대안으로 삼는다. 개강 전인 2월 말 모 대학 재학생 전용 커뮤니티(에브리타임)에는 “○○ 학과 친구를 찾습니다” “○○ 지역에서 온 사람 있나?” 같은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게시글을 발견한 누군가와 쪽지를 주고받으며 친구를 맺는 것이다. 영어산업학과 재학생 장씨(21)는 “친구 하나 없이 학교 다니게 될까 봐 우선 에타로 친구를 구했다. 오직 운에 맡긴 방법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에브리타임 같은 익명 커뮤니티는 위험을 수반한다. 건축학과 김씨(21)는 “에브리타임만큼 친구 사귀기 수월하면서 위험한 곳이 없다. 나의 관심사로 미끼를 던질 수 있지만 누가 미끼를 물진 모른다”라고 했다.
유아교육과 민씨(21)는 에브리타임을 통해 같은 학과 학생이라는 사람과 쪽지를 주고받았다. 상대는 성별을 여성이라고 했는데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가보니 남성이었다. 민 씨는 “이후 에브리타임으로 친구를 구하는 일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