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동 약자 위한 '모두의 1층' 사업···정작 현장에선 '불편'

장애인·노인 접근 쉽게 경사로 설치 좋은 취지에도 참여 매장 아직 적어

2024-11-26     서은정 인턴기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카페에 '모두의 1층' 경사로가 설치돼있다. '모두의 1층'은 일반인들에겐 아무런 불편이 없는 낮은 계단이지만, 휠체어 사용자나 어르신들에겐 높은 장벽이 될 수 있는 건물 1층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캠페인이다. /서은정 기자

서울시가 이동 약자를 위해 민간과 협력해 추진하고 있는 '모두의 1층' 프로젝트가 현장에선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지는 좋지만 안전 책임을 점주가 온전히 져야 하는 데다 매장 인테리어와 맞지 않는 등 개선점이 제기됐다.

'모두의 1층' 사업은 동네 상점 앞 경사로 설치를 지원해 휠체어 이용자·임산부·노인 등 이동 약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을 둔 프로젝트다. 

2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창작촌은 총 9개 매장이 '모두의 1층'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경사로 사업으로 경사로를 설치한 매장도 내부에 들어가면 높은 문턱이 있거나 통로가 좁은 경우가 잇따라 보였다. 또 경사로 설치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매장이 훨씬 많았다.

'모두의 1층'은 경사로 설치 캠페인의 일환으로 서울시가 뜻을 같이하는 기관·기업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민관협력 사업이다. 휠체어 사용자·유모차 동반자·임산부·고령자 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공간을 편하게 출입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향상하려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카페에 '모두의 1층' 경사로가 설치돼있다. /서은정 기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상점들에 '모두의 1층' 경사로가 설치돼있다. /서은정 기자

문래동 창작촌의 한 골목에서 A 카페를 찾았다. 입구에는 휠체어도 통과할 수 있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지만 내부로 들어가자 또 다른 문턱이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니기 어려워 보였다.

B 빵집은 입구 턱을 없앴지만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경사가 급해 휠체어나 어르신들이 스스로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공간이 협소해 유모차를 접어야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소위 '핫플레이스' 카페·즉석사진관·소품샵의 경우 경사로가 설치돼있지 않고 큰 문턱이 자리해 이동 약자의 접근을 막는 상황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상점 입구. 계단이 많아 이동 약자의 접근이 어려워 보인다. /서은정 기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한 상점 외부 화장실. 계단이 높아 이동 약자의 접근성이 우려된다. /서은정 기자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지만 실제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계리 서울시 약자동행담당관 주무관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다양한 매장에 컨택해봤지만 설치하지 않는 매장이 꽤 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며 "보통 점주들이 임차해서 들어가기에 건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 번거롭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관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부분도 영향을 끼친다. 경사로의 적정 기울기가 나오려면 단차에 따라서 점점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게 매장 전체 외관의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점주분들이) 많이 생각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경사로 설치했을 때 만약 누가 미끄러지는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관련 책임을 서울시가 질 수는 없어서 점주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에 대해 사전 동의를 받는데 그 과정에서 부담돼서 안 하고 싶다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